R&D 예산 줄어들며 대학들도 연구 차질… 석박사 인력 내보내

박지민 기자 2024. 6. 2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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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반도체 웨이퍼의 표면을 검사하고 있다. /뉴스1

중앙대 약대에서 신약 개발 등 기초연구를 하는 오경수 교수는 실험실 예산 부족으로 연구원 1명을 오는 7월까지만 근무시키기로 했다. 올해 연구비가 10% 안팎 줄어든 데다, 중견연구 과제 선정도 늦어진 여파다. 5월로 시작됐어야 하는 중견연구의 선정 결과가 5월 17일 뒤늦게 발표됐고, 연구지원 시스템과 연동이 안 돼 아직 연구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오 교수는 “연구비 자체가 줄어든 데다 사용할 수도 없어 과제에 선정된 연구자들도 혼란에 빠져 있다”고 했다.

과학기술계는 예산이 줄자 가장 먼저 인력부터 줄였다. 한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실 관계자는 “예전엔 석·박사급 연구원을 1년에 5~6명 뽑아서 한 달에 200만원 정도 연구비를 지원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며 “예산이 없지만 기존에 진행하던 연구는 중단할 수 없어, 결국 신입 연구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올해 예산 삭감뿐 아니라 특히 연구 과제의 선정과 연구비 집행이 늦어졌다는 비판이 많다. 제때 연구비를 수령하지 못해 연구실 운영에 차질을 빚는 것이다. 연구자가 정부와 과제 협약을 갱신하는 1~3월은 ‘연구비 보릿고개’로 꼽힌다. 그런데 올해는 전반적인 연구비가 줄며 지원자는 몰리면서 연구 과제 선정이 늦어졌고, 연구비를 조정해야 하는 과제가 늘며 연구비의 집행도 일부 지연됐다. 보릿고개가 길어진 것이다.

특히 젊은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제 선정 결과가 논란이 됐다. 연구비 규모가 가장 적어 연구자들의 초기연구로 꼽히는 ‘생애 첫 연구’와 ‘기본연구’는 올해 전면 폐지됐다. 대신 지난해 2164억원이었던 ‘우수신진연구’ 예산이 올해 2702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젊은 연구자들은 우수신진연구에 몰려들었고, 지난해 1951명이던 지원자 수가 올해 4559명으로 늘어났다. 결국 선정 결과 발표가 지연됐다. 지난 4월 1일 개시될 예정이던 연구의 선정 결과가 같은 달 24일 공고됐다.

원래 759개를 선정하기로 한 우수신진연구 과제 수도 644개 과제만 선정되는 데 그쳤다. 선정률도 전년의 20.6%에서 14.1%로 떨어졌다. 한 신진 연구자는 “선정 여부라도 빠르게 알려줘야 다음 과제를 계획할 텐데 발표가 늦어져 기약 없이 기다리기만 했다”며 “결국 과제가 선정되지 않았는데, 연구실 운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대형 R&D 사업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조5000억원이 투입된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은 예산 삭감으로 인해 6개월 이상 가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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