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노병 健在

이홍렬 기자 2024. 6. 2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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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4강전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원성진 九단 / 黑 셰얼하오 九단

<총보>(1~212)=바둑을 수담(手談)이라고 하는 것은 말 대신 착점으로 문답(問答)을 주고받는 특성 때문이다. 이 판은 상대에게 응수를 묻는 장면이 유독 많이 등장했다. 초반 정석 선택(15) 때부터 시작해 축머리 공방(40, 58)을 거쳐 공격(76, 87, 98)과 역습(95) 단계에 이르기까지 문답을 주고받았다. 현답(賢答)과 오답(誤答)이 무수히 교차했다.

승부도 그 과정에서 갈렸다. 95로 붙여 응수를 물었을 때 96으로 참은 수가 좋았다. 잠시 후엔 백이 98로 응수를 묻자 흑은 99란 나약한 답을 내놓았다. 형세를 너무 낙관한 것이다. 그 빈틈에 터뜨린 106이 결정타였다. 흑이 참고도 1로 또 한 번 물러서면 덤을 내기 힘들다고 보고 107로 칼을 뽑았지만 기회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어릴 적 ‘원펀치’란 별명으로 불릴 만큼 힘이 좋았던 원성진(39)은 아직도 파워가 녹슬지 않았음을 이 바둑에서 입증했다. 집중력과 노련미까지 붙어 오히려 더 강해진 듯한 느낌이다. 반면 셰얼하오는 지나친 속기(速棋)로 일관하다 상대 전적 3연승 후 첫 고배를 들었다. (73…21, 74…16, 212수 끝 백 불계승, 소비 시간 백 2시간 56분, 흑 1시간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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