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O 우체통] “저 오늘 쉬어요”…푹 쉬세요
‘편지도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강원도민일보 편집부가 독자들에게 띄우는 ‘KADO 우체통’을 운영합니다. 딱딱한 기사체에서 벗어나 신문에서 만나는 보드랍고 따스한 편지 한 줄. 기사라는 것은 결국 기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다는 생각으로 편집부 기자들이 다양한 수신인에게 편지를 전합니다. 수신인은 미담 기사 속 작은 영웅일 수도, 사건 기사 속 피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즐겨보는 드라마의 작은 조연, 아니면 당신이 즐겨찾는 카페의 커피 한 잔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신인에는 경중이 없습니다. 그저 위로와 응원만이 있을 뿐. KADO우체통에서는 미니엽서 두장 ‘시인하는 기자-부인하는 기자’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시인하는 기자’는 등단시인으로 활동하는 박희준 편집기자가 전하는 서정의 시편지입니다. ‘부인하는 기자’는 편집부 유부녀 기자 3명이 세상의 모든 부인(婦人)에게 보내는 공감의 편지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잠자고 있던 당신의 우편함을 확인하세요.
최근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번아웃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 69%가 ‘그렇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이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중 번아웃 경험이 가장 많은 세대는 30대였는데 30대 직장인 사이에서 75.3%가 회사 생활 중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증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한다. 20대는 61.1%, 40대는 60.5%가 ‘번아웃을 겪었다’고 답했다.
기사에서는 업무량, 인간관계, 일에 대한 회의감, 진로 불안 등을 원인으로 언급한다. 이 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방법 중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휴식. 취미활동과 이직이 그다음을 잇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에 직업 관련 증상으로 정의할 만큼 현대인들에게 흔한 증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숫자로만 파악하기 어려운 개개인의 복잡다단한 상황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 문득 옛 경험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첫 직장, 여러 가지로 의미가 컸다.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가능하게 했고, 오랜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사람 몫을 해내고 있다고 자부하게 해준 곳이었으니 말이다.
좋은 사람들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잘하고 싶었다.
단지 계속 일하기에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느꼈을 뿐.
서른두 살. 5년이 조금 안 되게 다녔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백수가 되었을 때 도망쳤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짙었다. “내 계좌 잔고처럼 나도 사라지고 싶다” 따위의 생각을 하며 침대와 한 몸으로 지낸 것이 한두 달. 복잡한 심경과는 별개로 지긋지긋했던 소화불량이 사라지고 몸은 가벼워졌다. 재취업, 경제활동 등 현실적인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만 생각하며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만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지냈다.
그렇게 몇 달. 차마 끝마치지 못했던 마음속 퇴사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의지를 얻었다.
소설가 정지우 작가의 수필집에 담겨있는 글이 생각난다.
‘넘어섬은 넘어서기 전까지 알 수 없다…절대 할 수 없다고 믿던 것도 막상 시작해 보면 그 나름의 흐름에 이끌려 나아가게 된다.’
번아웃을 겪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다.
살아가다 보면 생각에 갇히는 일이 언제고 일어난다고 하는데, 불안한 마음에 시야가 좁아져 있다는 것을 모른다. 사회 분위기에 짓눌려 자신이 지쳤음을 인정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는 것 같이 느껴지고, 뒤처질까 두려워 쉬고 있음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휴식을 취하는 데 용기가 필요한 것이 씁쓸하지만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무너진 삶의 균형을 돌아볼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일을 그만두거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는 것도 방법이고 일상에서 일과 삶을 분리하는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일과 쉼 on/off’가 자연스러워지고, 두렵고 힘든 일을 해내는 경험이 쌓일수록 언젠가 다시 지치더라도 일상으로 돌아올 힘이 생기지 않을까.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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