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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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하게 지내며 결국 무얼 기다리나.
그저 적막한 삶을 지켜야 할지니, 돌아가 고향집 사립문을 잠글 수밖에.
늦은 나이에 응시한 과거에는 실패했지만 제법 알려진 시명 덕분에 몇 차례 관직에 나갈 뻔도 했던 시인.
'날마다 부질없이 홀로 돌아온다'는 건 여기저기 요로에 있는 인사들에게 관직을 청탁했지만 헛수고에 그쳤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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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유와의 이별(유별왕유·留別王維)’·맹호연(孟浩然·689∼740)
늦은 나이에 응시한 과거에는 실패했지만 제법 알려진 시명 덕분에 몇 차례 관직에 나갈 뻔도 했던 시인. 끝내 관운은 따르지 않았다. 특히 현종을 알현하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엉뚱한 시를 바치는 바람에 외려 된서리를 맞는다. 황제 앞에서 대뜸 ‘북쪽 궁궐로 상소문은 이제 그만 올리고, 남산의 낡은 오두막으로 돌아가련다’라는 시구를 읊어댄 게 치명타였다. 딴은 황제 앞에서 자신의 비재(菲才)를 겸손하게 표현하려는 의도였겠는데 황제는 이를 괘씸하게 받아들였다. 당시 황제 배알의 기회를 마련해준 이가 왕유. 하지만 선배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화근을 자초한 꼴이 되었으니 자신에게도 선배에게도 면목이 없다. ‘방초 찾아 자연으로 떠나가려는’ 다짐이 이래서 나온 듯하다.
‘날마다 부질없이 홀로 돌아온다’는 건 여기저기 요로에 있는 인사들에게 관직을 청탁했지만 헛수고에 그쳤다는 의미. 고립무원이 되었다는 걸 자각하면서부터 ‘적막한 삶’을 각오한다. 이 와중에도 자기를 알아주는 이가 ‘없다’라 하지 않고 ‘드물다’라고 한 건 선배에 대한 마지막 예의일 테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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