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에 전화하자…수화기 너머 들려온 ‘그놈 목소리’
[KBS 전주] [앵커]
KBS전주방송총국이 마련한 연중기획 순서입니다.
과거엔 전화금융사기 의심이 들면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에 연락하는 게 상책이었는데요.
만일, 검찰청에 전화를 걸었는데 사기범이 받아 대답을 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어떤 수법인지, 오정현 기자가 보안 전문가 도움을 받아 시연해봤습니다.
[리포트]
이달 초, 해외 결제 통보 문자를 받은 80대 노인.
곧장 전화해 자신은 쓴 적 없다고 하자, 계좌가 범죄에 악용된 거 같다는 상담원의 답을 들었습니다.
이후 금융감독원과 검찰까지 차례로 확인 전화를 한 노인은, 자산 모두를 안전계좌로 옮기란 말에 주식까지 팔아 모두 21차례에 걸쳐 14억 원을 부쳤습니다.
하지만 그간 통화한 정부기관 직원들은 모두 가짜.
결국 거액의 사기 피해를 당했습니다.
[양재승/전북경찰청 강력계장 : "최근 발생한 사건 중에 피해 규모가 상당히 커서 빠른 해결을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화금용사기 일당은 휴대전화가 안전한지 진단한다며 모바일 앱을 깔도록 꾀었는데, 이후 노인이 금감원과 검찰청 번호로 전화를 걸면 사기 일당에게 연결됐던 겁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직접 시연해봤습니다.
상대방이 보낸 인터넷 주소를 누르니 원격조종 앱이 곧바로 설치됩니다.
이 휴대전화로 검찰청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진짜로 연결이 저기로 됐어요.)"]
[홍동철/엠시큐어 대표 : "(지금 검찰청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가 중간에서 탈취된 거죠?) 네, 모든 번호를 다 제 휴대전화로 전화 걸리게 만든 거예요."]
피해자가 자기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건 만큼, 별다른 의심이 없다 보니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홍동철/엠시큐어 대표 : "신고를 하거나 확인 목적으로 전화를 아무리 걸어도 범죄자가 전부 전화를 가로채 금감원이나 검찰인 척 행세를 해서 피해자를 안심시키고 범죄에 악용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은 절대 링크를 보내는 방식으로 앱 설치를 안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문자메시지 등에 첨부된 인터넷 주소는 처음부터 누르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날로 진화하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전화금융사기 수법도 고도화·지능화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그래픽:최희태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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