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가족도 처벌 면제…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침해” [헌재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직계혈족·배우자, 동거 안해도 적용
“친족상도례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친족간 폭행·공갈·특수절도도 특례
“피해·관계회복 더 쉽다고 할 수 없어
사회적 합의 거쳐 대안입법 강구를”
“상속회복청구권, 10년 제한은 위헌”
27일 헌법재판소가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데는 일률적인 형 면제가 범죄피해자의 재판진술권이라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가족 사이 발생한 범죄를 ‘특별히 취급’할 필요성도 있다며 이들의 관계나 피해 정도, 회복가능성 같은 구체적 사정을 반영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헌법재판관들이 6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 1항에 대한 위헌 확인 소송 4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
헌재는 우선 친족상도례 조항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직계혈족이나 배우자에 대해선 실질적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고, 8촌 이내 혈족이나 4촌 이내 인척은 동거를 요건으로 한다. 각각의 배우자도 포함된다.
헌재는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할 경우, 경우에 따라 형사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돼 본래의 제도적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 중 한 명인 A씨도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작은아버지 부부로부터 퇴직금, 상속재산 등 약 2억3600만원을 빼앗긴 경우였다. A씨는 1993년부터 2014년 11월까지 20여년 동안 경남 창원시 소재 돼지농장에서 일했다. 그러던 중 부친이 사망하자 장례식장에서 만난 작은아버지 부부의 권유로 돼지농장을 떠나 동거하기 시작했다. 작은아버지 부부는 A씨와 4년 동안 동거하면서 A씨의 재산을 가져갔다.
이날 헌재는 상속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사람이 다른 공동 상속인에게 상속분 가액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는 민법 조항도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민법 999조 2항의 ‘상속권의 침해 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 중 민법 1014조에 관한 부분으로, 헌재는 “‘가액반환의 방식’이라는 우회적·절충적 형태를 통해서라도 상속권을 뒤늦게나마 보상해 주겠다는 입법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완전히 박탈한다”고 지적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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