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총선’ 도박 건 마크롱, 정치적 벼랑 끝 내몰려

최혜린 기자 2024. 6. 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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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프랑스 총선…극우 정당·좌파연합에 지지율 크게 뒤져

유럽의회 선거가 극우 정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유럽 사회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오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총선이 시작된다. 지난 9일 극우 정당에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사진)이 즉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선언하면서 치러지는 때 이른 선거다. 극우 정당이 더는 ‘아웃사이더’가 아닌 ‘주류 정당’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 극우 부상에 제동을 걸고자 조기 총선이라는 ‘정치적 도박’을 택한 마크롱 대통령의 명운에 유럽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 총선은 2차에 걸쳐 진행된다. 30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 당선이 확정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등록 유권자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들끼리 다음달 7일 2차 투표를 치른다. 주요 정당으로는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집권 르네상스당이 이끄는 선거연합 앙상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거둔 극우 국민연합(RN), 좌파 성향 4개 정당이 모인 신인민전선(NFP), 샤를 드골 등 여러 대통령을 배출한 정통 보수 정당인 공화당 등이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극우 RN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RN의 지지율은 줄곧 35~36%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RN의 유럽의회 선거 득표율인 31.4%보다도 높다.

문제는 마크롱 대통령이 2위 자리마저 좌파연합 NFP에 뺏겼다는 점이다. 최근 3주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선거연합 앙상블의 지지율은 19% 정도에 머물렀고, 28%대 지지율을 보이는 NFP에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RN이나 NFP가 제1당 자리를 차지한다면 임기가 절반 넘게 남은 마크롱 대통령은 ‘동거정부’를 꾸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프랑스 극우의 새 얼굴”로 떠오른 RN의 29세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총리직에 오르게 될지도 관심사다. 지지율 2위인 NFP가 RN을 누르고 총리직까지 차지하는 ‘좌파 돌풍’을 일으킬지도 주목된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250만명에 이르는 프랑스 중앙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RN이 극우 내각을 꾸리면 불복종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로 RN이 극우 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프랑스 정치권에서 ‘찬밥신세’였던 극우 세력의 입지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가 유럽연합(EU)의 기존 질서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치컨설팅기관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은 마크롱의 조기 총선이 EU 내에서 영국의 브렉시트와 맞먹는 파급력을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총선은 프랑스는 물론 EU와 (미국과 유럽 사이의) 대서양 동맹에 가장 파괴적인 선거가 될 수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 질서가 대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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