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외국인이 테러 선동글에 ‘좋아요’ 눌러도 추방?
독일 정부가 테러를 미화한 외국인의 국외 추방을 용이하게 하는 내용의 형법·체류법 개정안을 내놨다고 26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마저 국외 추방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 연방정부가 이날 합의한 해당 법 초안은 외국인이 테러 범죄를 묵인·승인한 것으로 간주될 경우 별도의 유죄 판결 없이 체류 허가를 취소하고 국외로 추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법이 문제 삼는 행위는 다양하다. 인터넷상에 선동 콘텐츠를 제작해 유포하는 것은 물론이고, AP에 따르면 SNS에서 ‘테러 범죄를 미화하고 지지한다는 댓글’을 하나만 달아도 추방 사유가 될 수 있다. dpa는 특정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일도 법상 문제 행위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외국인 추방 법안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달 31일 만하임에서 경찰관이 반이슬람 운동가들을 공격하던 무슬림 테러범을 진압하다가 흉기에 찔려 사망하면서다. 독일 정부는 이후 용의자를 두둔하고 경찰관을 조롱하는 글이 게시되자 강하게 대응했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이날 내각 회의에 앞서 “정신적으로 석기시대에 사는 이슬람 선동가들은 우리나라에 설 자리가 없다”면서 “독일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채 테러 행위를 미화하는 사람은 가능한 한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아요’까지 테러에 동조하는 행위로 보고 제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독일 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좌파당의 클라라 뷩거 의원은 러시아 등 권위주의 정부가 ‘좋아요’를 빌미로 개인을 박해한 데 대해 독일 정치인들이 비판한 일을 거론하면서 “독일도 (러시아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한 지지가 증가하고 이주, 공공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며 반이민 정서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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