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는 외국인 ‘이것’ 하려고 줄선다…수만명 몰린 프로그램 뭐길래

K팝 댄스 수업 ·뷰티체험 인기
한글·만화 배우는 프로그램 북적
미식여행엔 1만명 넘게 참여
한국 여행 선택지 다양해져
체류기간·재방문 증가 기대
지자체도 K콘텐츠 발굴 분주

서울관광재단에서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관광플라자에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서울컬쳐라운지’를 오픈해 메이크업, 자개공예, 한글, 민화 클래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외국인 관광객이 전문 강사에게 한국 메이크업을 배우는 모습. <서울관광재단>

다음달 3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아트브리즈에서는 외국인 대상 댄스수업이 열린다. 세계적인 댄서이자 안무가인 ‘리아킴’과 유명댄서 2명이 진행한다. 리아킴은 1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유튜버로 해외 인지도도 높은 댄서다. 중구는 이를 계기로 아트브리즈를 ‘K콘텐츠 체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지하3층~지상6층 규모의 아트브리즈에는 유튜브 스튜디오와 소규모 공연장, 갤러리, 프로그램실 등을 갖췄다.

명동을 찾는 관광객 숫자가 크게 늘었지만, 쇼핑 이외에는 즐길 거리가 없다는 지적에 중구가 ‘체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중구 측은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있게 체험하려는 관광객들이 명동에서 반나절 이상 머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에서는 앞다퉈 ‘오래 머물게하기’에 나서고 있다. 체험할 만한 콘텐츠를 늘려 머무는 기간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강남구는 9월 코엑스 일대에서 ‘강남페스티벌 영동대로 케이팝 콘서트’를 연다. 작년 외국인 방문객이 9000명 이상 몰리고, 미식여행 프로그램에 1만1000명 등이 참여하면서 인기를 끌자, 올해도 콘서트와 미식페스티벌 등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마포구는 ‘레드로드 메이커스’ 부스를 설치해 부채 그리기, 섬유미술 체험학습 등 체험 프로그램을 크게 늘렸다. 외국인 관광객이 신청하면 홍대입구역 인근 레드로드 버스킹 거리에서 직접 버스킹(길거리공연)도 할 수 있다.

서울 이외 지자체도 체류 콘텐츠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이어 2회째 진행한 ‘인천 맥강(맥주 닭강정) 파티’에 외국인이 1만여명 방문하며 인기를 끌자, 아예 행사 기간을 1주일로 늘리는 ‘맥강 위크’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관광객을 오래 머물게 하는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경기도는 비무장지대(DMZ) 인근 주한미군 주둔지였던 ‘캠프그리브스’를 여행객 숙소로 확대 개방할 예정이다. 경기도 측은 DMZ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고 싶어하는 곳이고, 동식물이 잘 보존된 특수한 지역인만큼 주변 관광 콘텐츠와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외국인 전용 관광패스인 ‘비짓부산패스’를 이용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가맹점에 서핑강습과 요트 투어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외국인이 대중교통 이용, 관광정보 소개, 외국어 메뉴판 안내 등을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외국인 전용 지역화폐 서비스 ‘부산페이’도 지난 20일 출시했다.

이같은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열기는 생각보다 뜨겁다. 서울관광재단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관광플라자 11층에 ‘서울컬쳐라운지’를 열었는데, 한글과 캘리그라피, 민화, 자개공예 등을 배우는 한류 체험프로그램에 3주 만에 519명이 다녀갔다. 한글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벨기에 국적의 에이미(23)씨는 “간판과 메뉴를 읽을 수 있게 돼 여행이 더 수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문화와 일상을 경험하는 체험형 관광이 글로벌 트렌드”라고 말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한국에 일주일 이상 체류하지 않는다. ‘2023년 서울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4~7일 머무는 관광객이 전체 응답자의 48.5%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국을 좀 더 알아가는 체험 활동을 선호하는 관광객은 적지 않다.

실태조사에서 관광이나 카지노·클럽 등 유흥활동 만족도는 2019년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반면, 고궁·역사유적지나 테마파크 방문, 전통문화체험, 박물관 방문 등에 대한 만족도는 2019년 대비 3~17%포인트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