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도 재산범죄 처벌 가능해진다
2025년 말까지 법 개정 필요
6개월 기한 ‘친고죄’ 조항 합헌
친족 간 재산범죄의 형벌을 면해주는 형법의 ‘친족상도례’가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친족상도례 조항에 해당하는 형법 제328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에서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해당 조항은 적용되지 않고, 개정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한다.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 친족의 경우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친고죄’ 조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했다.
형법 제328조 1항은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절도·사기·공갈·횡령·배임·장물·권리행사방해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이 범죄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관계를 따지지 않고 형벌권을 면제해 피해자의 재판 진술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헌재는 “재산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일정한 친족관계가 존재하기만 하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실제 어떠한 유대관계가 존재하는지 묻지도 않고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 유무나, 범죄행위와 그 피해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법관에게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선고하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용 대상 친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에서 제도적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했다.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범죄의 양태나 범위 등을 손봐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친족상도례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친족이 재산범죄를 범한 경우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법 제328조 2항(친고죄 조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친척이라는 점을 빌미로 고소를 미뤄달라고 호소해 이 기간을 넘기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혀왔다.
친족상도례 조항은 사법기관이 가족 사안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1953년 형법 제정 때 도입됐다. 이후 가족 간 재산분쟁이 많아지고 유대관계가 약해지면서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에는 방송인 박수홍씨의 친형이 박씨의 수익금을 횡령한 사건에서 박씨의 부친이 친족상도례를 악용해 처벌을 피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도마에 올랐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 부분은 ‘일률적 형면제’로, 친밀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한 특례 필요성은 인정했다. 따라서 국회에서는 이를 반영해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과 범죄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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