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화재 사고 수습 중인데…이화영 구명 자료 내놓으라는 친명
양문석·민형배 의원, 김동연 정치 공세로 연일 압박
경기도 “비상식적 주장…깊은 유감” 반박
‘이재명 경쟁 세력화 조짐에 견제’ 분석도
경기도가 국민의힘 의원뿐 아니라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광민 경기도의원이 요청한 자료에 대해서도 거절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이재명 1인 체제가 굳어진 상황에서 김 지사가 최근 경쟁 세력화하는 조짐이 보이자, 친명계가 견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부지사는 이달 7일, 쌍방울 대북 송금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으며,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판결을 계기로 이 전 대표를 추가 기소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 측 김광민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을 준비하며 경기도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양문석 의원(경기 안산시갑)은 27일 자신의 SNS에 “경기도가 ‘정치적 악용 소지’라는 천부당 만부당한 변명을 앞세워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의) 자료제공을 거부하는 것에 당원이자 일반 국민으로서 분노를 억누르기가 힘들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당신의 작고 소소한 정치적 이득보다 옳고 그름, 정당한지 부당한지를 먼저 헤아리는 정의로운 기준을 기대한다”라며 김 지사를 저격했다.
김 지사는 이달 24일 3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건 이후 대부분의 일정을 취소하고, 화재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와 같은 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화성시와 인접한 안산을 지역구로 둔 양 의원의 저격에 “인접 지역구 의원이 이래도 되느냐”는 비판도 있다.
민 의원은 “김광민 변호사가 요청한 경기도 자료는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며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검찰을 돕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경기도는 전날 이례적으로 입장문까지 내고 이들 의원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경기도는 “김광민 변호사가 요청한 자료는 최근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라며 “경기도는 ‘수사·재판 중인 사안’으로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있어 제출을 거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형배 의원 등은 이 전 부지사의 재판과 관련해 경기도가 마치 검찰 반박의 결정적인 자료를 일부러 제출하지 않는 것처럼 밝히고 있다”라며 “이는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주장이다.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검찰을 돕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라고 했다.
친명계 의원들의 공세와는 별개로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이 김 지사를 공개 저격하는 글도 잇달아 올려왔다. 경기도청 앞에서는 1인 시위도 시작됐다.
대부분 김 지사가 자신의 SNS에 화성 화재 사건 수습 및 대책과 관련된 글을 올리면 내용과 전혀 무관한 ‘자료 요청에 협조하라’라는 댓글을 다는 식이다.
“수박들과 뒤통수칠 궁리나 하고 있다” “등 뒤에 칼 꽂았다” “배신감을 느낀다” 등의 비난 수위가 높은 글도 적지 않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이고 속은 국민의힘 성향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다. 주로 비명(비이재명)계를 지칭한다.
친명계 의원들과 강성 당원들이 공개적으로 김 지사를 압박하는 것에 대해, 경기도 내부에서는 ‘자충수를 둘 수 있는 비상식적 주장’이라며 개탄스럽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 측이 요청한 자료는 국민의힘이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건데, 이를 민주당 의원들이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측 주장만 듣고 답습하고 있다”라며 “상식적으로 야당과 여당 모두에게 자료 제출해야 하는데, 정치적 악용을 방치하라는 건지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꼭 필요하다면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측에서 법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고 법원이 받아들이면 경기도가 자료 제출을 할 수 있다”라며 “그럼에도 ‘검찰을 돕는다’ 식의 공격을 연이어 계속하는 건 김동연 도지사를 견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꼬집었다.
경기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도는 자료 요청과 관련해 하나의 원칙을 세워놓고 대응하고 있다”라며 “어느 한쪽부터 주기 시작하면 막아놓은 둑이 무너지는 격이다. 민주당이 과연 뒷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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