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희생자 유족 “장례보다 사고 원인부터 밝혀라”

27일 오후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임원들이 경기도 화성시 모두누림센터에서 아리셀 공장 화재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과 지역사고수습본부가 27일 장례 절차 논의를 위해 만났으나 유족 대표단도 구성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유가족들은 장례보다 왜 희생됐는지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사고수습본부 이날 오후 6시 화성시청 대강당에서 유족을 대상으로 장례 지원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열었다. 23명이 사망자 유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으나, 장례절차는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1시간30여분 만에 종료됐다.

지역사고수습본부는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장례 및 발인 지원 절차에 관해 설명하고, 유족이 희망하는 장례 형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유족 대표단 구성 등을 논의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사고 원인과 회사의 책임 여부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 노동부 관계자도 회의에 참석했으나, 수사 및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자 유족들이 항의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한 유족은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결국 피해자 쪽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기다리기만 하라는 것이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오후석 경기도 행정부지사는 “유족들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수사 상황에 대해 질문들을 많이 했지만,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답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협의 일정 등은 정해진 것이 없지만, 현재 1대1 매칭을 통해 유족들의 얘기를 취합하고 있다. 유족이 원하면 언제든지 다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후 3시30분께 박관순 아리셀 대표와 임원진이 유가족 대기실이 있는 모두누림센터를 방문해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박 대표는 “이번 참사는 저와 우리 회사 모두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장례를 포함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