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산업장관 첫 회의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강화”
한국, 미국, 일본 세 나라가 사상 첫 3국 산업장관 회의를 열고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분야 공급망 강화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에 맞서 중국이 핵심 광물·기술의 수출을 잇따라 막는 상황에서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 경쟁력이 강한 한·미·일 3국이 ‘삼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반도체 핵심 원료인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이차전지 음극재 소재인 흑연 등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3국 장관은 공동 성명에서 직접적으로 중국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품목을 열거하며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번 회의는 작년 8월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이 3국 산업장관 회의 정례화를 합의한 데 따라 이뤄졌다. 주로 양자 회의로 열리는 국제 무역·통상 관례에서 3자 회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8월 정상 합의 후 10개월 만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은 2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제1차 한·미·일 산업장관회의’를 갖고, 반도체·배터리 분야 기술 협력과 3국 경제안보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3국 장관들은 회의 뒤 공동 성명에서 “우리의 공동 목표는 3자 메커니즘을 활용해 핵심·신흥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3국의 경제 안보와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첨단 기술 수출 통제 공조 강화, 첨단 산업 기술 관련 공동 연구·혁신, 핵심 광물 협력 확대 등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3국 장관들은 공동 성명에 “전략 품목의 잠재적인 공급망 취약성을 파악하기 위한 긴밀한 협력이 시급하다”면서 “전략 품목의 특정 공급원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무기화되는 것에 우려를 공유한다”고 밝혀, 핵심 품목 공급망 강화와 함께 중국에 대한 견제를 분명히 했다.
특히 “최근의 비시장적 조치가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을 포함한 핵심 광물 공급망에 비합리적이고 중대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를 비판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갈륨·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11월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흑연, 12월엔 중국이 시장을 장악한 희토류 가공 기술까지 수출을 통제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엔 항공우주·가스터빈·특수섬유 등에 대해서도 오는 7월부터 수출을 사실상 막겠다고 밝혔다.
◇중국 공세 속 한·미·일 밀착
2019년 일본의 소부장 수출 규제 조치를 시작으로 얼어붙었던 한일 양국 관계가 현 정부 들어 해빙되는 가운데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확대되면서 한·미·일 삼각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4월엔 한미 산업장관 회담에 이어 2018년 이후 6년 만에 한일 산업장관 회담이 열리며 3국 공동 전선을 공고히 했다.
이날 러몬도 상무 장관은 “이번 회의가 역사적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안덕근 장관은 “첨단 기술과 혁신에 있어서는 한국과 미국, 일본보다 더 나은 파트너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이토 경제산업상도 “3국 공조가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국경제인협회와 미국 상공회의소, 일본 게이단렌이 주도하는 ‘한·미·일 비즈니스대화’도 발족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SK E&S·현대자동차 등이 참여했으며, 미국은 인텔·마이크론·아마존, 일본은 히타치·소니·도요타 등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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