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말 잘 듣고 있어 하시고 집 나섰는데… 74년 만에 찾은 아버지, 기적 일어난 것 같아”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경찰관 유해의 신원이 74년 만에 밝혀져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27일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전남 보성경찰서 소속 김명손 경사(추서 계급)의 안장식이 열렸다.
김 경사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서해안으로 진격하던 북한군을 차단하기 위해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벌어진 ‘삼학리 전투’에 투입됐다가 7월28일 전사했다. 김 경사의 유해는 2007년 삼학리 인근 야산에서 발굴됐다.
당시 27세로 순경 계급이었던 김 경사는 7세 어린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 말 잘 듣고 있어”라고 당부하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딸 김송자씨가 아버지의 유해를 찾고 싶어 2014년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면서 대조 작업이 이뤄졌다. 지난 1월 김 경사의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 정보(DNA) 시료 비교·분석을 통해 김 경사의 신원이 확인됐다. 김 경사가 집을 떠난 지 74년 만이었다.
딸은 80대 노인이 돼 안장식에서 아버지의 영정을 뒤따랐다. 김 경사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 충혼당에 안장됐다. 김씨 등 유족들은 “그간 유해를 찾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아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국가에 충성을 다한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국가가 지속해서 전사 경찰관들에 대한 현양 사업에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초기 국군 병력이 부족해 충청과 호남 지역에서는 경찰이 군과 힘을 합쳐 참전했다. 경찰 자료를 보면 당시 경찰은 220명 규모의 경찰관 1개 중대가 5배가 넘는 규모의 북한군 6사단의 남하를 18시간 동안 저지한 ‘강경전투’ 등에서 활약했다. 한국전쟁 기간 경찰관 6만3427명이 전투에 참가했으며 3131명이 전사하고 7084명이 실종됐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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