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그 사람, 알면 알수록 궁금하다[책과 삶]
내 친구 김정은
김금숙 그림
이숲 | 292쪽 | 2만5000원
그래픽노블 작가 김금숙은 남북 갈등이 고조될 때면 불안에 떤다. 강화도에 산다는 것은 한국이 여전히 ‘휴전 상태’임을 끊임없이 인지하는 일이다. 군용 헬리콥터와 포탄 소리가 들려올 때면 김금숙은 방공호까지의 거리와 비상 식량, 프랑스인 남편과 반려견 당근·감자의 안전을 걱정한다.
김금숙은 생각했다. ‘내가 왜 이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살아야 할까.’ 이 질문은 남북의 분단 문제와 북한 그리고 북한을 이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이어졌다.
<내 친구 김정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질문의 타래를 따라가며 완성한 그래픽노블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탄생부터 어린 시절, 아버지 김정일에 이어 북한의 지도자가 된 과정 등을 그린다.
작가는 엄격하게 통제돼 구하기 어려운 김정은의 개인 정보를 위해 취재에 돌입한다. 북한 전문 저널리스트부터 김정남의 외국인 친구, 탈북 여성,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독특한 책의 제목은 김정은의 유학시절 친구인 외국인 ‘JM’이 그를 ‘내 친구 김정은’이라 부른 데서 따왔다.
작가의 취재 과정은 김정은 일가와 북한의 체제, 남북관계의 변화 등과 함께 그림으로 담겼다.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풀>로 만화계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하비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어려운 소재도 술술 풀어나간다. 300쪽짜리 만화를 다 읽고 나면 낯설게만 느껴지던 남북 문제는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내 친구 김정은>이라는 제목이 어떤 독자에겐 장벽처럼 여겨질 수 있다. 작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친구 김정은>이라는 제목만 보고 책을 덮지 말아주세요. 이 책은 평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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