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인명피해 큰데…전국 6만9000곳 정부 관리 대상서 빠져
여름철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큰 전국의 6만 9000여 곳 지역이 정부의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2명이 숨진 경북 봉화군의 한 마을도 당국의 관리 대상인 ‘취약 지역’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이 마을은 산지와 민가 간의 거리가 30m가 되지 않아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었다.
● 산사태 위험 큰데도 6만 개소 ‘취약지역’에서 누락
그런데 산림조합은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6만 9682개소를 과학적인 근거 없이 ‘취약 지역’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애초에 산림조합은 민가가 산지로부터 50m 이내의 거리에 있는 지역 12만 6464개소를 위험 지역으로 추렸다. 이 위험지역은 대부분 경북, 경남, 전북, 전남, 강원, 충북 충남, 경기, 서울, 세종 등 10개 지자체에 속해있었다. 그런데 산림청은 “92.4%가 10개 지자체에 편중돼있다”는 이유로 6만 9682개소를 임의로 제외하고, 나머지 5만 6782개소만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 결과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큰 지역들이 정부의 관리감독망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점검한 결과 지난해 7~8월 집중 호우로 전국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총 13곳이었다. 그런데 이중 정부에서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한 곳은 2곳 뿐이었다.
남양주시는 실태조사 용역을 맡은 산림조합이 10곳을 취약지역 대상지로 정했는데, 관리부담을 느낀 담당 공무원이 이중 8곳을 배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산림조합은 공무원의 요구대로 8곳의 산사태 위험도를 낮게 조작한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주시는 토지주가 땅값 하락을 우려하며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원회 심의를 몇년 째 미뤄왔다.
● ‘산사태 위험 지역’에 위치한 대피소만 2000곳 넘어
이미 ‘취약지역’으로 정해진 지역에 대한 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사태 취약지역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는 ‘사방사업’ 공사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오자 산림청은 이미 공사가 돼있는 지역을 취약지역으로 지정하는 꼼수로 사방사업 실시율을 실제보다 부풀린 뒤 이를 국회에 보고했다.
주민 대피소로 지정된 2만 5384개 대피소 가운데 2164개소가 실제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대피 안내를 받아 대피소로 이동한 주민들이 오히려 산사태 피해를 입어 매몰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 경북 예천의 한 마을은 산사태 위험구역 안에 있는 마을회관을 대피소로 정하고 있었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총 413억여 원을 들여 산불감시용 폐쇄회로(CCTV) 1446대를 전국에 설치했지만 제대로 운용되고 있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전국에 설치된 1446대의 산불감시용 CCTV 중 801대로 절반 가량만 자동회전 기능이 있었던 것. 최근 3년간 발생한 산불 1,684건 중 CCTV에 의해 발견된 산불은 6건, 전체의 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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