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노란봉투법 관철 시도에...이정식 고용부 장관 "극심한 혼란 초래할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종법 2·3조 개정안)을 여당이 재발의한 가운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산업 현장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 장관의 주장에 동조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사측이 노동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환노위 회의장에서 노란봉투법 관련 입법청문회를 개최했다. 이 장관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이성희 차관, 권창준 노동정책실장(노동개혁정책관·직무대리), 이창길 노사협력정책관 등이 참석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기업의 책임 강화가 골자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장관은 "2021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으로 누구나 원하면 노조를 조직·결성·가입하고 교섭할 수 있게 돼 법 테두리 내에서 모든 현안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ILO 등 다른 나라에서도 불법·파괴·폭력 및 사용자의 재산권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선에서 (쟁의행위를) 실시한다"고 하며 개정안이 사용자의 권한을 침해하는 노동권 확대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손해배상 청구 등이) 지난 14년간 9개 대규모 사업장에 집중됐는데 이렇게 소모적인 논쟁이 과연 옳은지 모르겠다"며 "노조법 개선에 대해선 찬성하지만 법의 테두리 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노동약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또 "입법부는 여러 의견을 모아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도 원·하청 상생을 위한 다양한 약자 보호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쌍용차 파업 사태 당시 노동자를 상대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나오자 지난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그러다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지회 사태를 계기로 야당 중심으로 개정 움직임이 재차 확산했다. 당시 하청지회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1도크를 51일간 무단으로 점거했다. 파업에 나선 이들 대부분은 대우조선해양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고용관계가 아닌 까닭에 이들과의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없던 대우조선해양은 파업 종료 후 선박 공정 중단으로 약 8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추산하고 파업을 주도한 노조원 5명을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야권 주도로 노란봉투법의 발의됐고 이 장관은 극소수 대기업 사업장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소수와 약자를 위한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한 것이다.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야권은 반박했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용자가 불법을 자행해 파업하는 것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맞는 일이냐"며 "기업은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노조 활동을 무력화 시킨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숨 막히는 금액의 인생을 압류당하는 노동자들이 과연 가해자로 생각되냐"며 "장관의 (이런 눈높이로는) 가해·피해자의 위치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은 "지금 하청노동자는 교섭 조차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그들의 어려운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법을 바꿀 권한이 우리 국회 환노위에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 법을 바꿔 하청노동자 절규를 조금이라도 담아내자고 하는 게 이번 개정안 발의의 취지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 장관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서) 환노위에서 시간을 갖고 고민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초선이던 20대 국회 때부터 21대 국회까지 여당 환노위 간사를 역임했던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가 입법권을 갖고 있더라도 헌법 제37조 2항에 의해 과잉금지 원칙에 의해 우리가 지켜야 할 선도 있는 것"이라며 여당 주도의 발의 및 본회의 상정 시도를 비판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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