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빼돌린 가족 처벌된다…71년 만에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하정연 기자 2024. 6.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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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 소식 방송인 박수홍 씨의 친형이 박 씨 소속사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올해 초에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박수홍 씨 아버지가, 돈 관리는 형이 아니라 자신이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박 씨 아버지가, 부모 자식 사이에 일어난 재산 범죄는 처벌할 수 없다는 친족상도례 규정을 악용해서 친형의 처벌을 막으려 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이렇게 논란도 많았던 이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오늘(27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1993년부터 20년 동안 경남 창원시 돼지농장에서 일했던 지적장애 3급 김 모 씨.

아버지가 사망한 뒤 함께 살게 된 삼촌 부부에게 퇴직금과 상속재산 등 2억 3천여만 원을 빼앗겼습니다.

삼촌 부부를 고소했지만 처벌할 수는 없었습니다.

직계 존비속과 배우자, 같이 사는 친족의 재산 범죄는 처벌을 면제해 준다는 친족상도례 조항 때문입니다.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질 당시 '가족 내부의 일에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71년 만에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종석/헌법재판소장 : 202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적용 중지를 명하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합니다.]

헌재는 가족 구성원 사이 용인 가능한 수준의 재산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 특례를 둘 필요성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친족 관계를 이유로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하는 건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헌법 불합치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 김 씨 사례처럼 가족 내 취약한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농경 사회 가부장 중심의 가족 문화가 핵가족이나 개인 중심으로 바뀐 시대 변화를 반영한 걸로 풀이됩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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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하정연 기자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Q. 대체 입법은 어떻게?

[하정연 기자 : 헌법재판소가 구체적인 대체 입법 방안에 대해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큰 틀의 입법 방향에 대해서는 좀 언급을 했습니다. 헌재는 일정한 친족 관계만 충족이 된다면 일률적으로 형이 면제되는 조항에 위헌 요소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 입법을 한다면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할 의사가 있는지 이걸 기준으로 하는 방안을 강조해서 언급했습니다.] 

Q. 다른 기준이 있는지?

[하정연 기자 : 친족상도례의 조항은 원래는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모든 가족 간의 재산 범죄에 적용이 됩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가족 간의 횡령액이 50억 이상이거나 또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한 재산 범죄에까지 면죄부를 주는 건 문제 아니냐, 이런 식으로 지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의 정도, 그러니까 범죄의 경중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가 됐었는데요. 피해액이 5억 이상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절도를 했을 때는 친족상도례 적용을 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Q. '친족 범위' 손 보나?

[하정연 기자 : 친족상도례 조항을 살펴보면 민법을 기준으로 준용을 하고 있는데요. 보면 8촌 이내의 혈족 그리고 4촌 이내의 인척 이렇게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것 아니냐, 이런 식의 지적이 계속돼 왔고요. 오늘 헌재도 현실적인 가족이나 친족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에 이뤄진 조사를 보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친족 범위 상당히 좁았습니다. 응답자의 34%, 3촌까지가 친족이다. 그리고 33%는 4촌 이내가 친족이다. 이렇게 응답을 했습니다. 가족 관계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 건데 이런 바뀐 인식이 앞으로의 대체 입법에도 적용이 될지, 포함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정연 기자 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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