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키우며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는 어린이들[그림책]
헛간 올빼미 지아니
알리체 로르와커 지음 | 마라 체리 그림
유지연 옮김 | 지양어린이 | 48쪽 | 1만5500원
“그 여름의 끝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여름이 시작된 순간은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의 사랑은 언젠가 끝나고, 추억조차 남지 않는 과거가 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 “본래 생명은 죽음으로부터 양분을 얻으니까.”
<헛간 올빼미 지아니>에서는 어린이 그림책에는 잘 나오지 않을 법한 문장들이 이어진다. 지은이는 알리체 로르와커. 영화 <더 원더스>로 2014년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2018년 <행복한 라짜로>로 같은 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감독이자 작가다. <헛간 올빼미 지아니>는 그의 두 번째 어린이 책이다.
책은 ‘나’가 어두운 밤을 두려워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곱 살의 어린 나는 밤이 되면 숨이 턱 막히는 두려움을 느끼는 겁 많은 아이다. 그러던 어느 여름, 아버지가 헛간의 벽 틈새에서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새알 세 개를 발견한다. 나는 정원에 숨어서 어미 새가 다시 알을 품으러 오길 기다린다. 한참 시간이 흘러도 어미 새는 나타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알을 따뜻한 곳에 옮겨놓고 램프 불을 쬐여준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을까. 세 개 알 중 하나가 부화하며 나는 어린 ‘헛간 올빼미’와 만나게 된다. 나는 올빼미에게 ‘지아니 바르바’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맹금류인 올빼미는 육식동물이다. 스스로 사냥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에 “나는 더 강해졌”다. 나는 정육점에서 버린 토막 난 고기와 내장을 받아다 먹이고, 지렁이를 잡아 지아니가 먹기 좋게 잘게 토막 낸다. 쥐를 잡아 사냥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지아니는 무럭무럭 커서 제법 어엿한 올빼미가 된다. 나 역시 자기도 모르는 새 더는 밤이 무섭지 않은 어린이로 큰다.
글과 시원시원한 선의 그림이 잘 어우러지는 책이다. 지렁이를 토막 내는 부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어린이 책이지만 귀여운 느낌보다는 사실적이고 담담한 것이 매력이다. 책 중반쯤 지아니의 야생성이 드러나는 장면이 멋지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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