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예산검증③박형준 부인과 특수관계인 화가의 접시 4천만 원 구매

강민수 2024. 6. 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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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가 지난해 엑스포 유치 활동 명목으로 해외 인사들에게 줄 홍보 기념품을 구매하면서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화가의 재단이 제작한 접시를 대량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접시는 고(故) 박서보 화백의 아들이 이사장으로 있는 박서보재단에서 제작한 것으로, 부산시는 엑스포 홍보 기념품 명목으로 ‘박서보 접시’ 400개를 사들였고, 1개당 11만 1,100원씩, 총 4,444만 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고 박서보 화백은 화랑을 운영 중인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인 조현 씨와 한때 전속 계약을 맺었을 정도로 두 사람은 미술계에선 각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고 박서보 화백이 부산 출신도 아니고, 부산엑스포와도 별다른 인연이 없다. 더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홍보 기념품 선정을 위한 부산시 회의가 열렸지만, 박서보 접시는 아예 논의 대상에도 들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부산시가 고 박서보 화백의 접시를 수천만 원 어치를 구매하는 과정에 박 화백과 특수 관계에 있는 박 시장 부인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박 시장 부인과의 사적 관계로 구매 결정이 이뤄진 것은 아닌지, ‘예산 사유화’ 의혹이 제기된다. 박 시장 측과 부산시는 부산시립미술관의 추천을 받아 구매했을 뿐, 박 시장의 부인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 부산시는 엑스포 홍보 기념품 명목으로 박서보재단에서 ‘박서보 접시’ 400개를 사들였다. 1개당 11만 1,100원씩, 4,444만 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부산시 엑스포 홍보기념품으로, 박서보 접시 4천만 원어치 구매

뉴스타파는 지난 5월,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이면서 해외 인사들에게 나눠준 홍보 기념품 및 선물 목록을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며칠 뒤, 부산시로부터 답변이 왔다.

부산시가 엑스포 홍보 기념품 및 선물로 구매한 물건 중에는 ‘박서보 접시’도 있었다. 1개 당 11만1,100원씩, 총 4,444만 원어치로, 모두 400개를 구입했다. 구매처는 박서보재단. 박 화백이 생전에 만들었고, 지금은 그의 아들이 이사장으로 있는 곳이다. 

고 박서보 화백은 단색화로 유명하다. 하지만 박 화백은 부산이 고향이 아닌데다, 부산엑스포와도 별 인연이 없다. 어떻게 박서보재단에서 만든 접시가 부산엑스포 홍보 기념품으로 선정됐을까. 

기념품 선정 자문회의 참석 외부 전문가 “박서보 접시 전혀 기억에 없다”

지난해 2월 20일 오후 2시.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장실에서 엑스포 개최 투표권이 있는 각 나라의 대통령, 총리, 장관급 인사들에게 줄 부산 엑스포 기념품 선정을 위한 자문회의가 열렸다.

뉴스타파는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외부 전문가에게 전화해 엑스포 기념품으로 박서보 접시를 선정한 경위를 물었다. 뜻밖의 답변이 왔다. 이날 홍보 기념품 선정 후보로 박서보 접시는 아예 논의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자문회의 참석 외부 전문가:한 번 (회의) 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자: 왜 이게(박서보 접시가 엑스포 홍보 기념품으로) 구매됐는지 궁금해서 취재를 하고 있는데, 그 (자문)회의에서는 접시 얘기가..
■자문회의 참석 외부 전문가: 접시는 기억이 없는데… 누구, 어떤 작가의 접시, 솔직히 저는 기억이 안 나거든요. 
- 부산엑스포 기념품 선정 자문회의 참석 외부전문가와의 전화

▲ 부산시 엑스포 기념품 선정 자문회의에 참석한 외부 자문위원은 "논의에 박서보 접시에 대해서는 (논의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외부 전문가의 말은 사실이었다. 자문회의 다음 날인 2023년 2월 21일 작성된 부산시 공문을 확인했다. 제목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 기념품 선정 자문회의 결과”다. 회의에는 부산시 공무원 4명, 외부 전문가 3명 등 7명이 참석했다.

부산시 ‘자문회의 기념품 선정 결과보고’ 공문, 박서보 접시는 논의 없어

부산시 공문을 보면, VIP 및 장관급에게 선물로 줄 부산엑스포 기념품으로 “반닫이 미니어처, 옷칠 기획세트” 등 3가지 제품 중에서 선정하고, 다음 달에 구매한다고 돼 있다. 기념품 선정 후보에 박서보 접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더구나 엑스포 홍보 기념품 선정을 위한 자문회의는 이날 딱 한 차례만 열렸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박서보 재단의 접시는 엑스포 홍보기념품 선정을 위한 회의의 논의 대상에도 들어가지 못했으나, 부산시는 자문회의 한 달 뒤인 2023년 3월 28일부터 4,400여만 원을 들여 박서보 화백의 접시 400개를 사들였다. 

박형준 부인 조현 씨와 고 박서보 화백은 미술계에서 ‘특수 관계’ 

선정 자문회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박서보 접시를 엑스포 홍보 기념품으로 구매한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인 조현 씨와 박서보 화백이 특수 관계라는 점이다. 

박형준 시장의 부인 조현 씨는 30년 전부터 부산 해운대에서 화랑을 운영 중이다. 고 박서보 화백과 조 씨의 관계는 각별하다. 1991년 박서보 화백의 첫 개인전이 조현화랑에서 열렸고, 지난해 박 화백의 생전 마지막 개인전도 조현화랑에서 이뤄졌다. 지금까지 조현화랑에서 박 화백의 작품전이 14번이나 열린 것으로 확인된다. 조현화랑은 한때 박서보 화백 작품의 전시와 관련해 ‘전속계약’을 맺었을 정도로 미술계에서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엑스포 기념품 선정 자문회의에서 논의한 바 없는 박서보 접시가 돌연 부산엑스포 기념품으로 선정된 것을 두고, 박서보 화백과 특수 관계에 있는 박형준 시장의 부인 조현 씨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예산 사유화’ 의혹이 제기된다. 

(고) 박서보 화백이 박형준 시장의 아내인 조현화랑의 대표 조현 씨하고 특수관계라는 거는 이미 업계에서는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여러 기획전도 했지 않습니까? 사적 이해관계에 의한 거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들은 (부산시) 유치홍보과 차원에서도 필터링을 해야 되고, 박형준 시장도 이제 봐야 되는 부분인데 전혀 여기에 대해서 무감각했던 게 아닌가.
- 안일규 /전 부산미래경남정책 사무처장

뉴스타파는 먼저 서울에 있는 박서보재단을 찾았다. 재단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부산시 엑스포추진본부에서 직접 전화해 (박서보 접시를) 주문해 납품했다”고 말했다. 

■박서보재단 관계자: 그때는 저희가 화백님 그림이 새겨져 있는 접시를 가지고 있어서 부산시에서는 기념품으로 납품이 가능하겠냐고 해서 저희는 납품을 했던 거고요.
□기자:부산시 엑스포 추진본부에서 주문을 했나요?
■박서보재단 관계자: 네 연락을 받았죠.
□기자:직접 발주를 받으신 거네요?
■박서보재단 관계자: 네 맞습니다. 
- 박서보재단 관계자와의 전화

박서보재단 관계자는 또 엑스포 기념품 선정에 박형준 시장의 부인이 영향을 줬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자:박형준 시장님 가족회사, 화랑에서 개인전을 많이 하셨잖아요. 친분 관계가 (기념품 선정 과정에)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 가지고.
■박서보재단 관계자: 그런 건 아니었고, 정확하게 그(부산시)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이뤄졌는지, 박형준 시장님께서 관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산을 예술의 도시로서 자리매김을..
- 박서보재단 관계자와의 전화

부산시 “부산시립미술관 추천받아 접시 구매”... 조현화랑, “(부산시가 구매한 사실) 뉴스타파 취재로 (처음) 알았다”

이번에는 부산 해운대에 있는 ‘조현화랑’을 찾았다. 이곳에서 박형준 시장의 부인 조 씨를 만나 해명을 요청했다. 그러나 조 씨는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가는 중이라며 취재를 회피했다. 

조현화랑 측은 이후 부산시를 통해 서면 답변을 보내왔다. 화랑 측은 ‘뉴스타파가 취재하던 날 (부산시가 엑스포 기념품으로 박서보 접시를 구매한 사실을) 비로소 알았다’고 주장하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뉴스타파가 만난 조현 조현화랑 전 대표.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인으로, 부산에서 오랫동안 화랑을 운영해 왔다. 

뉴스타파는 부산시에 공문을 보내, ①자문회의가 논의하지 않았는데도 엑스포 기념품으로 박서보 접시를 선정한 이유가 뭔지, ②누구의 지시로 박서보 접시의 대량 구매가 이뤄졌는지, ③구매 과정에서 박형준 시장 부인의 영향이 있었는지, ④시장의 부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박서보 재단으로부터 접시를 사들인 행위가 ‘예산의 사유화’로 비판받을 여지는 없는지 질의했다. 

부산시는 서면 답변을 통해 “엑스포 홍보 기념품 자문회의는 VIP급 홍보 물품 선정을 위한 회의”였다며 “예술가 작품 관련 홍보 물품은 자문회의 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박형준 시장은 엑스포 홍보 물품 제작에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또 “부산시립미술관의 추천”을 받아 박서보 접시를 엑스포 홍보 기념품으로 선정했으며, “2022년부터 부산시립미술관으로부터 여러 예술가의 작품을 추천받아 부산 엑스포 알리기에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 부산시의 답변 내용 요약 

뉴스타파는 부산시에 다시 질의서를 보내, 박서보 화백 외에 부산시립미술관으로부터 추천받아 엑스포 홍보 기념품으로 구매한 다른 예술가와 협업한 결과와 구매 금액, 구매처, 구매 개수 등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답변을 보내오지 않고 있다.

부산엑스포 예산검증① 해외보다 국내 홍보에 더 많이 썼다

부산엑스포 예산검증② 부산시와 언론사, 칼럼·기사 거래 의혹

부산엑스포 예산검증④ 세금으로 '김건희 키링' 1만 개와 갤럭시탭 100개 구매

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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