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예산검증④ 세금으로 '김건희 키링' 1만 개와 갤럭시탭 100개 구매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에서 김건희 여사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김 여사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 기획에 참여했다는, 이른바 ‘김건희 키링(열쇠고리)’을 선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유튜브 채널에도 “부산을 알리려는 우리의 노력”이라고 ‘김건희 키링’을 치켜세웠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키링’ 디자인 이미지를 무료 배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부산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세금으로 구매한 김건희 키링은 얼마나 될까. 또 누구에게 키링을 나눠줬을까. 그 효과는 어땠을까.
뉴스타파는 정부 기관별로 ‘김건희 키링’의 구매 내역을 확인했다. 유치 도시인 부산시와 대통령실을 포함해 엑스포 유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국무총리실,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부산지역 구청에도 두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김건희 키링 1만개 세금으로 뿌려... 부산시와 산자부는 공개, 반면 대통령실은 비공개
지금까지 엑스포 유치 예산으로 ‘김건희 키링’을 구매했다고 통보한 기관은 두 곳이다. 부산시가 8,400개(2,686만 원), 산업통상자원부 2,000개(700만 원)이다. 두 기관을 합하면 1만 400개, 세금 3,386만 원이 지출됐다. 국무총리실,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등 나머지 부처와 부산시 구청들은 ‘정보 부존재’, 즉 김건희 키링을 구매한 내역이 없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김건희 키링 홍보에 적극 나섰던 대통령실은 관련 공개를 거부했다. ‘부존재’로 구매내역이 없다고 밝힌 다른 정부 기관과 달리 키링을 구매했지만, 얼마어치를 샀는지, 누구에게 줬는지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외교 관계, 영업상 비밀, 특정인의 이익 등과 관련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며 비공개했다. 그러나 부산시와 산자부가 이미 김건희 키링의 구매 내역, 구매처, 구매 개수를 공개한 마당에 대통령실이 내건 비공개 사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다른 기관들이 공개하고 있는 정보를 비공개하고 있는 것은 이미 비공개 실익이 없는 거예요. 공개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을 자기 혼자서 비공개하는 걸로 지금 쥐고 있는 건데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거고 과도한 비공개, 무비판적 비공개주의라고밖에 볼 수가 없는 거죠.
- 정진임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
김건희 키링의 구매 내역을 공개한 부산시와 산자부를 대상으로 언제 누구에게 키링을 나눠줬는지 확인했다. 산자부는 관련 물품관리대장을 공개하지 않았고, 부산시의 물품관리대장은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시는 지난해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엑스포 유치 불꽃축제에 참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김건희 키링 1,000개를 배포하는 등 부산시가 구매한 김건희 키링 8,400개 중 4,951개가 국내 행사에 뿌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제행사나 해외 인사들이 참여하는 국제 행사에는 3,419개 배포됐다.
부산시 해외VIP 선물로 갤럭시탭 100개 구매...나눠준 명단은 비공개
엑스포 유치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은 국제박람회 기구에 속한 나라의 고위 관료를 설득해 표심을 얻는 것이다. 각 나라의 VIP, 즉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장관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전략 중에는 선물 공세도 있다. 그렇다면, 부산시는 앞서 보도한 박서보 접시 외에 어떤 홍보 기념품을 구입해 해외 VIP 인사들에게 줬을까.
취재 결과, 부산시는 엑스포 홍보를 위한 VIP 선물로 삼성전자 태블릿피시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당 100만 원이 넘는 모델로, 총 100개 구매에 세금 1억 200만 원을 썼다. 부산시는 갤럭시 탭 안에 엑스포 홍보 영상을 넣어 해외 VIP들에게 선물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또 갤럭시 탭 100개 중 99개는 해외 인사들에게 나눠줬고, 주지 못한 1개는 부산시 외교통상과에 이관했다고 밝혔다.
갤럭시 탭을 받은 해외 VIP 인사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뉴스타파는 누가 갤럭시탭을 받았는지 부산시에 관련 물품관리대장의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갤럭시탭 선물 관리대장은 작성돼 있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유치 활동이 끝난 상태에서 태블릿피시를 누구에게 선물했는지 공개하는 것이 국가의 이익에 어떤 침해가 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갤럭시 탭 자체가 고가의 물품이다 보니까 현금화가 가능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이나 물품 관리를 엄격하게 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 소명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공개가 돼야 되는 거죠. 그것들이 공개된다고 해서 이미 유치활동이 종료된 상황에서 문제가 되지도 않아요. 외교 사안이라고 하는 이유를 끌어들여서 정부가 비공개로 하고 싶어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의심이 되는 거죠.
- 정진임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
부산시와 정부, 해외 유치 예산 내역 비공개… ‘예산 검증 회피’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배정된 정부 예산은 3,20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일부 사용처만 파악될 뿐, 나머지는 비공개 상태다. 집행액 기준으로, 부산시가 330억 원.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241억 5천만 원. 외교부 18억 5천만 원 등 590억 원의 집행 규모만 확인될 뿐이다. 특히 부산시와 정부는 해외 유치 활동에 쓰인 예산의 경우, “외교 관계’를 내세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가 쓴 엑스포 홍보 유치 예산 330억 원 중 해외 유치 홍보활동 용역비는 76억 원이다. 그러나 집행액 규모만 파악될 뿐, 세부 사용 내역은 알 수 없다. 부산시는 국회에도 상세 내역의 공개를 거부했다.
산자부도 마찬가지다. 산자부는 유치활동 종합용역 2단계 용역비로 146억 9천만 원을 썼는데, 국회에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부산시, 산자부 모두 “공개할 경우, 외교 관계 문제로 국가 이익에 중대한 침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국회에 자료 제출을 거부 중이다.
국제행사 유치 비용의 공개와 관련해 사법부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은 ‘외교적 결례’를 이유로 광주광역시가 비공개한 광주 유니버시아드 유치 활동비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유치활동비 정보는 외교관계와 별 관련이 없고, 계속 공개하지 않는 건 비위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세금이 200억 이상이 들어간 용역사업 보고서를 당연히 국회에 공개해서 검증을 받아야 됩니다. 이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국민과 국회의 검증을 피하겠다는 그런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국제행사 유치 활동비는 외교 안보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있습니다. 당장 공개해가지고 국민과 국회의 검증을 받아야 됩니다.
- 임광현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부산시는 엑스포 유치에 다시 도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난해 엑스포 예산 집행의 적정성 검토는 물론, 유치 전략에 대한 복기는 더욱 중요하다. 부산 엑스포 예산 집행의 상세 내역이 반드시 공개돼야 하는 이유다.
● 부산엑스포 예산검증① 해외보다 국내 홍보에 더 많이 썼다
● 부산엑스포 예산검증② 부산시와 언론사, 칼럼·기사 거래 의혹
● 부산엑스포 예산검증③박형준 부인과 특수관계인 화가의 접시 4천만 원 구매
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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