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튬전지 화재 대비, 전용소화기 기준부터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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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과 같은 유형의 리튬배터리 화재 사고가 나면 현재로선 대비책이 사실상 전무하다.
금속화재는 현행 소방법상 화재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전용소화기 약재 개발에 필요한 기술 시험 기준조차 없는 상태다.
소방청은 금속화재용 소화기의 기술 기준을 지난해 3월 행정 예고했지만, 여러가지 사유로 심사가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아리셀 공장의 화재가 찍힌 폐쇄회로(CC) TV를 보면 배터리에서 발화한 불이 공장 전체로 번지는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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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심사 서둘러 현장 보급 당기길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과 같은 유형의 리튬배터리 화재 사고가 나면 현재로선 대비책이 사실상 전무하다. 금속화재는 현행 소방법상 화재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전용소화기 약재 개발에 필요한 기술 시험 기준조차 없는 상태다. 금속 종류가 다양하고 그에 맞는 방재 약품이 달라 세세한 기준 마련이 쉽지 않다는 이유가 크다. 고가의 전용소화기가 시중에 나와 있기는 하나 성능을 장담할 수 없다. 소방청은 금속화재용 소화기의 기술 기준을 지난해 3월 행정 예고했지만, 여러가지 사유로 심사가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기준을 만들어 소화기를 개발한다 해도 현장 보급에 몇달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아리셀 공장의 화재가 찍힌 폐쇄회로(CC) TV를 보면 배터리에서 발화한 불이 공장 전체로 번지는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리튬은 순식간에 1000도까지 치솟는 ‘열 폭주’ 현상이 생긴다. 일단 불이 붙었다 하면 잘 사그라들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화재 당시 불씨를 처음 발견한 직원이 일반소화기로 끄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른 화재와 비슷하게 생각해 물을 뿌렸다간 수소가스가 나와 더 큰 폭발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배터리 속 리튬 함량이 아무리 적어도 물과 접촉에서 생기는 폭발력엔 큰 차이가 없음이 이번 사고에서 확인됐다. 겉으로 불길이 잡힌 듯해도 안에서 계속 타들어가 재활성화 하기도 한다. 2년 전 카카오 먹통 사태의 원인이었던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때 진화에 무려 8시간이 걸렸다. 아리셀 공장 역시 7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전자기기 기술 발전과 함께 배터리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비롯해 킥보드,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이르기까지 용처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개발이나 산업화 속도 만큼 이것이 가져올 재앙 대비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휴대전화 폭발이나 전기차 화재 사고가 그동안 심심찮게 벌어졌지만, 제품 개선이나 사후 대비책 마련에 보다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은 결과가 이번 사고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배터리는 리튬 니켈 망간 탄소 등이 주 원료지만 크기나 유형에 따라 배합이 다르고, 화재 양상과 배출되는 유해 물질도 차이가 난다. 개별 배터리 특성에 맞는 화재 매뉴얼이 필요한 이유다.
소방과 행정당국은 우선 배터리 등 위험물을 취급하는 공장 현황을 세세히 파악해야 한다. 제조업은 물론이고 보관 저장업도 마찬가지다. 전용소화기가 보급되기 전이라도 모래나 염화나트륨 등 금속화재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방재 설비를 갖추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화재 양상에 대응할 수 있도록 소화 기술 기준 마련과 장비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전자제품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다. 호주머니에 넣어뒀던 휴대전화가, 충전 중인 전기차가 언제든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아리셀 공장 참사를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했다간 더 큰 비극을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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