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알기 아까워서…주옥 같은 글귀 ‘책보따리’ 풉니다

조봉권 기자 2024. 6. 2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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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국제신문 책팀이 꼽은 책 12선-1

국제신문 책팀(조봉권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장,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은 2024년 상반기에 읽은 인상 깊은 책 12선을 꼽아보았다. 1년은 12개월 52주로 이뤄졌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책면은 매주 나간다.

6월 마지막 금요일인 28일 자 신문은 그렇게 흐르는 1년이 절반에 이른 시점이다. ‘반년밖에 안 지났는데 무슨 결산 분위기를 내느냐’며 12선 선정을 낯설어하는 분도 계신 줄 안다.

하지만 ‘책에 관한 이야기라면 많이 자주 할수록 좋다’는 믿음이 책팀에는 있다. 다만, 대상 도서는 국제신문 문화라이프부로 전국 출판사와 저자가 보내온 책, 그 가운데 2024년 상반기 국제신문 ‘책면’에 소개된 책만으로 한정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책팀 구성원 개개인이 읽은 ‘인상 깊은 책’을 선정했음도 밝혀둔다. 그것은 권장·추천 도서 목록 선정이나 베스트셀러 집계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인상 깊게 읽었기에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을 국제신문 책팀 이름으로 골라보았다.

그 과정에서 지역 작가가 쓴 좋은 문학작품 몇 편을 놓고 고심했다. 예컨대 공옥식 작가의 ‘큰 칼 옆에 차고’, 무경 작가의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등인데 이들 책은 책면이 아니라 문화(문학)면에 소개됐거나 소개할 예정이어서 이번 12선 대상에서는 일단 제외했다.

◇ 조봉권 문화라이프부장의 인상 깊은 책 6선

# 한국 미술사 선구자 우현 고유섭

고유섭 평전- 이원규 지음 /한길사 /2만8000원

미(美) 또는 미학에 관심을 기울이면 예술·문화는 또 다르게 다가든다. 미의 원리나 구조를 만나고 깨달을 때 새로운 차원이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 미 또는 우리 아름다움의 원리와 개성은 무엇일까?

우현 고유섭(1905~1944) 선생은 한국 미술사의 선구자이다. 이원규 저자는 고유섭 선생의 삶과 공부와 사상을 치열하고 차분한 필치로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을 통해 고유섭은 더욱 중요하고 당당한 존재로 떠오른다. K-컬처와 한류가 세계 곳곳으로 뻗어가는 요즘 ‘고유섭 평전’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게 분명하다. 우리 고유 아름다움에 관한 뿌리를 만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 청일전쟁, 방대한 자료로 파헤치다

조선인들의 청일전쟁- 조재곤 지음 /푸른역사 /3만9000원

조재곤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가 쓴 꼼꼼하고 두꺼운(724쪽) 학술서 ‘조선인들의 청일전쟁’을 읽다가 받은 큰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청일전쟁은 생생하고 날카로운 의미와 교훈은 잊힌 채 박제처럼 덩그러니 우리에게 남은 역사 사건이 아닐까. 일단 청나라와 일본이 맞붙은 ‘딴 나라끼리의 전쟁’으로 여기게 된 한국인이 많다. 한반도가 전쟁터가 돼 조선인이 피해를 봤다고 배웠지만,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도 없었다. 이 책은 다채로운 자료를 집요하게 찾아내 조선 민중에게 청일전쟁이 얼마나 큰 영향과 아픔을 끼쳤는지 손에 잡힐 듯 제시한다. 우리는 청일전쟁을 참으로 몰랐다.

# 내 몸 건강 책임지는 뇌와 장 관계

장 건강과 면역의 과학- 에머런 메이어 지음 /김홍표 옮김 /궁리 /2만2000원

미국의 의학자 에머런 메이어 박사가 2016년 펴낸 책 ‘더 커넥션’은 ‘뇌와 장의 은밀한 대화’라는 부제를 달고 2017년 한국어로 번역·출간됐다. 이 책은 꽤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강조한 ‘장내 미생물’ 등의 개념과 존재는 지금은 일종의 상식이 됐기 때문이다.

‘장 건강과 면역의 과학’에는 “40여 년간 뇌와 몸의 상호작용을 연구해 왔으며, 뇌와 장 미생물군 유전체 상호작용 분야 선구자이자 세계적 석학”으로 소개되는 저자 에머런 메이어의 일관된 관점이 살아 숨 쉰다. 뇌와 장은 어떻게 연결됐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식단과 습관이 필요한지 검증된 근거를 내놓는다.

# 나라 위해 헌신한 조선 역관 김지남

대역관 김지남(전3권)- 하치경 장편소설 /바른북스 /각 권 1만3000원

장편소설 ‘대역관 김지남’이 인상 깊은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탄탄·든든하고 진취성 넘치는 관점. 둘째 실존했던 역사 인물 김지남이 뿜어내는 놀라운 에너지와 매력. 감사원 부이사관 출신 하치경 작가는 부산을 중심으로 문학 활동을 한다. 학자도 양반도 아니었던 역관 김지남은 조선통신사 일원으로 크게 활약하고, 국방력 증강을 위해 화약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인다. 백두산정계비를 두고도 치열하게 국익을 위해 헌신한다. ‘유교 탈레반’이라는 비판까지 듣는 당시 지배층이 헛발질할 때 백성과 나라를 위해 ‘실질’의 세계를 치열하게 가꾼 김지남을 발굴한 작가의 관점과 노고가 빛난다.

# 우리가 아는 정신의학 상식을 깨다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전4권)- 김철권 지음 /안목 /각 권 1만8000원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 리’라 했으니 좋은 영향력은 널리 퍼지고 다채롭다. 이 책을 읽으며 받은 느낌이다. 37년간 부산에서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를 만나 상담·진료·치료한 체험을 김철권 동아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선을 다해 책 4권에 쏟아부었다. 이런 책은 다시 나오기는 힘들지 싶다. 사람의 정신세계가 이토록 무궁한지 비로소 깨닫도록 도움도 준다.

인간 정신세계를 좀 압네, 정신의학 세계를 내가 좀 압네 하는 분들을 ‘사실 당신들은 그렇지 않다’고 ‘참교육’하기에도 좋은 임상 교재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인문(학) 활동의 본질이다. ‘인간’을 새 각도에서 보게 해준다.

# 상상력·창의력 일깨우는 명문장들

불멸의 키워드 상영관- 이미도 짓고 펴냄 /헌즈 그림 /북디자인 이은순 /뉴 /2만2000원

예술·문화·인문 분야를 취재하다 보면 상상력·창의력·변화가 무척 소중함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 상상력·창의력·변화를 창의적 방식으로 표현해 온 이미도 작가의 여러 책을 꾸준히 봤다. ‘불멸의 키워드 상영관’은 그의 창의·상상·변화 오디세이가 집성된 느낌, 일종의 정점을 찍은 기분을 선사했다. 책 구성은 건축물처럼 탄탄하고 멀티플렉스처럼 다채로움 ‘뿜뿜’.

파블로 피카소가 했다는 말 뛰어난 말, 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를 비롯해 창의·변화와 관련한 좋은 영어문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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