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책 칼럼니스트의 인상 깊은 책 6선
# 속담 7300개에 담긴 민중의 지혜
보리 속담 사전- 윤규병 기획 /보리 사전 편집부 엮음 /보리 /6만원
속담은 오랜 세월을 거쳐 삶에서 얻은 경험 지혜 가르침을 간결하고 짧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누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면, 우리는 그가 믿었던 사람에게 속았다는 걸 알게 된다. 구구절절 설명이 없어도 속담 한 마디면 통한다. 누군가 처음에 ‘그 말’을 했고, 누구든 들으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 말이야!” 공감했다. 특별히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아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에서 속담을 많이 듣고 말한다. 속담에는 집단의 지혜, 민중의 지혜가 응축됐다. 우리 속담은 다른 나라와 견주어 무척 풍부하다. 다양한 우리 속담 7300여 개를 정리한 사전이다.
# 올림픽 영웅으로 푼 인체속성 비밀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 이재호 지음 /어바웃어북 /2만2000원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전 세계 최대 규모 종합 스포츠 축제, 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올해는 어떤 신기록이 나오고, 어떤 영웅이 탄생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 책은 여름 올림픽에서 28개 종목을 선별하여 스포츠에 담긴 인체의 속성을 해부학 언어로 풀어낸다. 탁월한 속근으로 순간적으로 폭발력 넘치는 스피드를 내는 100미터 세계기록 보유자 우사인 볼트, 얼굴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과 근육 중 가장 예민한 입술 부위에 화살 시위를 고정하는 양궁 궁사 등 올림픽 영웅들의 뼈와 살을 낱낱이 해부했다. 100여 컷의 해부도와 이미지로 신체 부위에 대한 의학적 이해를 돕는다.
# 돼지국밥·꼼장어로 본 부산 맛 역사
부산미각- 최진아 외 지음 /문힉동네 /2만2000원
새벽마다 기상 알람처럼 들려오던 “재치국 사이소”, 갈비 사준다는 말에 기대하던 사회초년생과 대학 신입생들을 어리둥절하게 한 고등어 구이, 부산 지역 국숫집의 필수 식재료이고 아예 상호로도 쓰이는 구포국수, 계란후라이가 있는 간짜장…. 부산 사람에게 익숙한 맛이다. 부산에 오래 살며 부산 음식을 먹고 자란 인문학자 열네 사람이 부산의 맛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재첩국 복국 돼지국밥 완당 고등어 대구 웅어 꼼장어 낙지 암소갈비 밀면 간짜장 구포국수와 영도 조내기 고구마, 부산오뎅 양갱 동래파전 금정산성 막걸리, 대선소주. 푸짐하게 차려진 부산미각 한 상이다.
# 조선 청년가장 노상추 눈물겨운 삶
맹렬서생 노상추의 눈물 나는 과거합격기(전3권)- 김도희 지음 /JS&D /각권 1만4000원
우리가 아는 조선은 실록의 정치적 사건, 현대판 사극 등에 나온 조선 시대 사람들의 일상생활하고는 거리가 있다. 실존 인물 노상추의 일기로 재구성한 이 소설은 조선 시대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노상추는 영조 22년에 경상북도 선산의 안강 노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17세에 가장이 되어 집안을 건사하는 동시에, 양반 신분 유지를 위한 과거 합격이라는 엄중한 과제에 직면했다. 온갖 시련을 겪고 문과에서 무과로 전공을 바꾸고서야 서른넷에 무과 식년시에 급제하는 노상추의 삶은 눈물겹고도 뜨겁다. 17세부터 84세에 죽기 이틀 전까지 일기를 썼는데, 그중 53년의 일기가 현재까지 전한다.
# 기이하고 섬뜩한 세계 희귀 서적들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에드워드 브룩-히칭 지음 /최세희 옮김 /갈라파고스 /3만3000원
‘책’이라는 사물의 특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기해할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다. 이 책 자체가 기이한 책들이 빼곡히 꽂힌 이상한 도서관이다. 사람의 살과 피로 만든 책, 비속어를 가득 모아둔 사전, 급할 때 변기로 쓸 수 있는 책, 입을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책, 너무 작아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책, 유령이 쓴 책…. 정말 이런 책이 있을까? 왜 만들었을까? 호기심이 폭발한다. 저자는 영국의 작가 겸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이다. 희귀 서적상 프랭클린 브룩-히칭의 아들로 어릴 적부터 고서와 친숙했다. 시선을 끄는 삽화와 사진에 매혹적인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거대한 도서관에 들어선 것 같다.
# 민화 366점 빼곡히 채운 365일 일력
365일 민화 일력- 윤열수 지음 /원더박스 /2만5000원
연말연시에 새 달력을 보면서 누구나 새해에는 좋은 일이 많기를 바란다. ‘365일 민화 일력’은 그 바람으로 꽉 채워진 탁상 일력이다. 우리 선조들은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도나 다산 다복을 뜻하는 어해도 등 희망과 염원을 담은 그림인 민화를 집에 두고 보았다. 그 마음이 현재의 우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매일 한 장씩 넘기며 민화도 감상하고,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는 일력이다.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은 2월 29일이 있으니, 민화는 총 366점이 수록됐다. 민화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이 엄선하고, 해설을 썼다. 연도와 요일 표기가 없다. 몇 년을 두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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