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大勇若怯 <대용약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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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 대, 날랠 용, 같을 약, 겁낼 겁.
'큰 용기는 비겁과 같다'는 뜻이다.
약한 개일수록 잘 짖듯이 용기나 지혜를 과시하는 사람일수록 가짜가 많다.
대교약졸은 서예에서 명필을 뜻할 때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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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 대, 날랠 용, 같을 약, 겁낼 겁. '큰 용기는 비겁과 같다'는 뜻이다. 중국 송나라 문장가로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인 소식(소동파)이 '벼슬살이로 떠나는 구양소사를 축하하며'라는 글에서 "지극한 존귀함은 면류관을 쓰고 있지 않아도 영광스럽다"며 한 말이다. '큰 지혜는 어리석음과 같다'는 대지약우(大智若愚)와 짝을 이뤄 쓰인다. 참으로 용맹한 사람은 신중하고 느긋한 자세를 취해 마치 겁쟁이처럼 보이고,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지혜를 과시하지 않는다. 작은 용기를 갖거나 지혜를 가진 사람일수록 사소한 일에 흥분해 나서고, 자기자랑을 많이 하는 법이다. 우리 속담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와 비슷한 의미다.
대표적인 고사가 중국 고대 유방을 도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룩한 한신의 이야기다. 그는 젊은 시절 몹시 가난하고 불우했다. 어느 날 그가 거리를 걷는데 한 건달이 앞을 막았다. 건달은 "네가 그 큰 덩치로 칼을 차고 다니며 으스대지만 겁쟁이에 틀림없을 것이다. 나를 죽일 수 있다면 그 칼로 나를 찔러라. 못 찌르겠거든 기어서 내 사타구니 밑으로 빠져나가라"라고 했다. 한신은 치욕에도 불구,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서 빠져나갔다. 이를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고 한다. 과(跨)는 사타구니를 가르킨다. 건달로부터 겁쟁이라고 비웃음을 샀던 한신은 뒷날 천하에 더 없을 명장이 되어 유방이 한(漢) 나라를 세우는 데 일등 공신이 됐다.
약한 개일수록 잘 짖듯이 용기나 지혜를 과시하는 사람일수록 가짜가 많다. 노자도 도덕경 45장에서 "크게 곧은 것은 구부러진 것과 같고, 크게 정교한 사람은 졸한 것과 같으며, 크게 말하는 사람은 더듬는 것과 같다"(대직약굴 대교약졸 대변약눌·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고 했다. 대교약졸은 서예에서 명필을 뜻할 때도 쓰인다. 지용(智勇)을 겸비한 사람은 드러나려 하지 않고, 말만 번지르한 현학(衒學)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혜는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고, 용기는 과시하는 게 아니라 때(시·時)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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