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새롭다…樂's 베이거스
호캉스·미식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사막 위에 지어진 잠들지 않는 도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누구나 한 번쯤 여행을 꿈꾸는 도시다. 이곳에선 세상이 정한 시간에서 자유롭다. 24시간 내내 환한 조명이 불을 밝히고 음악과 파티, 쇼와 놀거리가 이어지는 곳이어서다. 여기가 어디인지, 몇 시인지, 무슨 요일인지 잠시 잊어도 된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라스베이거스를 “매일이 금요일, 매시간이 해피아워인 유일한 곳”이라고 소개한다.
그렇다고 이곳을 환락의 도시로만 여기면 곤란하다. ‘라스베이거스=카지노’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지금의 라스베이거스는 F1 그랑프리 대회, 2024 NFL 슈퍼볼과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되는 무대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아델 등 글로벌 팝스타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이곳은 꼭 대형 이벤트가 없는 날에도 스티브 아오키 등 세계적인 DJ들이 매일 밤무대에 오르며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세상을 만든다. 여기에 세계 최초의 반구 형태의 공연장 스피어까지 개장하며 ‘엔터테인먼트의 수도’가 됐다.
사람들은 일상에서의 완전한 분리, 마음껏 휴식을 누리기 위해 이 도시를 찾는다. 이런 여정을 더 화려하게 하는 건 미식. 내로라하는 스타 셰프들은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에서 다채로운 맛의 향연을 연다. ‘미식계의 아카데미 어워드’라 불리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이 이곳에서 열리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저마다의 즐거움을 좇아 라스베이거스로 향한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수백 개의 호텔이다. 적게는 1000개, 많게는 6000개의 객실, 수십 개의 레스토랑, 극장, 클럽, 스파 등을 갖춘 블록버스터 형태의 호텔은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지가 된다. 호텔 그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데스티네이션 호텔’을 다녀왔다.
걸음마다 예술작품 퐁텐블로 머물까
밤마다 '세계 최고 분수쇼' 벨라지오 갈까
● 라스베이거스 호텔&리조트 BEST4
럭셔리 '퐁텐블로'
어스 피셔가 디자인한 로비
황금빛 조각들로 시선 압도
로맨틱 '벨라지오'
라스베이거스 대표 호텔
로비 천장 '유리꽃' 환상적
펀·쿨·핫 '팜스리조트'
수영장·볼링장·보드게임방 등
미국 MZ들의 최애 '파티 장소'
힐링 '서카 리조트&카지노'
4000명 수용 '스타디움 수영장'
초대형 스크린에 스포츠 생중계
■ 호텔 퐁텐블로
24시간 잠들지 않는 화려한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지난해 12월 문을 연 신상 호텔 퐁텐블로. 이곳의 지향점은 바로 ‘원&온리’다. 지금껏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한 적 없는 브랜드와 셰프를 영입하는 데 힘썼다. 특히 스타 셰프가 여러 호텔에 걸쳐 다수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과 차별점을 뒀다. 유명 셰프 가브리엘라 카마라의 멕시칸 레스토랑 ‘칸티나 콘트라마르’, 뉴욕에 본점을 두고 있는 초밥 오마카세 레스토랑 ‘이토’가 대표적이다. 모두 본점을 제외하고는 퐁텐블로에 처음으로 두 번째 지점을 냈다. 호텔 곳곳을 채운 예술작품 또한 예사롭지 않다. 컨벤션 로비에서 만날 수 있는 설치미술가 어스 피셔의 150m 높이 황금빛 조각 ‘Lovers number Three’는 규모와 빛깔로 공간을 압도한다. ‘아름다운 물의 샘’을 의미하는 이름답게 고운 모래를 닮은 금빛과 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맑은 샘의 푸른빛으로 공간을 채웠다. 호텔의 시그니처인 나비넥타이를 샹들리에, 문손잡이, 벽지 등에서 발견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PICK 푸드홀
한때 라스베이거스의 미식을 주름잡는 키워드는 단연 뷔페였다. 코로나19 이후 뷔페 대신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 바로 푸드홀(푸드코트)이다. 대부분의 호텔 푸드홀이 캐주얼한 식당 중심인 데 비해 퐁텐블로는 푸드홀 역시 고급스러운 콘셉트로 꾸몄다. 초고가 오마카세 식당 이토의 저가 버전인 ‘바 이토’, 캐비어에 베이글을 곁들이는 ‘엘 베이글’ 등 웬만한 전문 레스토랑과 같은 라인업이 발걸음을 잡아끈다.
■ 호텔 벨라지오
“아, 여기가 바로 거기였어?” 호텔 벨라지오 로비에 들어서니 눈에 익은 풍경에 감탄이 나왔다. 세계적인 미국 유리공예가 데일 치훌리가 2000개의 유리 꽃으로 장식한 로비 천장(사진) 덕분이다. 이뿐만 아니다.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한 카지노, 거대한 스케일의 분수쇼까지 우리가 ‘라스베이거스’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의 대부분은 호텔 벨라지오와 관련된 것이다. 올해로 개관 26주년을 맞이한 이 호텔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상징적인 존재다. 건축에만 16억달러를 들여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리조트로 불렸고, 개관 첫날 이곳을 찾은 방문객만 8만 명 정도다. 총 3900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객실은 매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매일 밤 호텔 앞 인공 호수에서 분수쇼가 열리는 시간에는 관광객이 몰려 거리가 마비되곤 한다. 스타 셰프 마이클 미나, 브루노 마스 같은 당대 최고의 팝스타가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벨라지오를 선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벨라지오니까’.
PICK 온실 정원
벨라지오 최고의 포토존이다. 호텔 안에 1250㎡ 넓이의 화사한 실내 정원을 가져다 놓았다. 계절마다 새로운 콘셉트로 정원을 꾸민다. 봄에는 화사한 꽃과 식물로 가득해 꽃향기를 맡은 인근의 새들이 자연 정원인 줄 알고 날아다닐 정도다.
■ 팜스 리조트
라스베이거스는 미국인들도 로망을 품고 있는 여행지다. 친구들과 다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떠나 스물한 살 생일파티, 결혼 전야 파티 등을 즐기는 것은 일종의 버킷리스트. 팜스 리조트는 이런 목적으로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5~6명이 머물 수 있는 넉넉한 크기의 스위트룸만 200여 개를 갖췄다. 공주의 방처럼 핑크색으로 가득한 곳, 보드게임을 구비한 곳 등 저마다 확실한 콘셉트가 있다. 객실 안에 볼링 레인과 당구대를 갖춘 곳도 있다. 중심가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지만, 그 덕분에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 서카 리조트&카지노
도심에서 10㎞,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호텔이다. 라스베이거스의 구시가지에 있어 관광객으로 붐비는 거리와는 다른 레트로풍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막상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와는 상반된 트렌디한 공간이 손님을 맞이한다. 이 호텔의 정수는 수영장. ‘스타디움 스윔’이라는 이름의 대형 풀은 3층에 걸쳐 동시에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눈길을 끄는 것은 대각선 440m 길이의 거대한 HD 스크린으로, 하키·풋볼·야구 등 스포츠를 생중계한다. 메이저리그나 미국프로농구(NBA)의 인기 경기가 있을 때는 응원하며 파티를 즐기려는 인파로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된다. 서부의 따뜻한 태양볕을 쬐며 물에 몸을 담그고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브루노 마스 최애 '칵테일' 마실래
든 램지가 구워준 '스테이크' 먹을래
● 라스베이거스 식당&칵테일바 BEST 4
■ 브루노 마스의 '핑키 링'
요즘 가장 핫한 칵테일바
마스 파티룸 초대받은 듯
촬영 불가에도 '풀예약'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지난 2월 벨라지오호텔에 문을 연 칵테일 바 ‘핑키 링’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지금 가장 핫하다. 브루노 마스가 기획부터 인테리어까지 직접 참여했다. 라운지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그가 지금까지 받은 그래미 트로피가 늘어서 있어 마치 파티룸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매일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라이브 연주가 계속된다. 분위기 못지않게 공간의 비주얼도 뛰어나다. 트렌디한 가구부터 깜찍한 플레이팅까지 곳곳이 ‘인스타그래머블’ 그 자체다.
아쉽게도 사진은 촬영할 수 없다. ‘핑키 링에서 일어난 일은 핑키 링에서만’을 모토로 하기 때문. 공간은 테이블이 겨우 15개 안팎일 정도로 아담하다. 테이블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지금부터 석 달간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 스탠딩석은 예약 없이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 칵테일은 한 잔에 20달러대(약 3만원)다.
시그니처 메뉴
브루노 마스의 ‘최애’ 칵테일은 ‘훌리건 22’. 테킬라, 쿠앵트로, 아가베 시럽, 라임, 할라페뇨 등이 들어간 칵테일로 상큼하고 매콤하다.
■ 고든램지의 '램지스 키친'
페이스트리로 감싼
'비프 웰링턴' 일품
요리 직관하는 재미
스타 셰프를 논할 때 고든 램지를 빼놓을 수 있을까. 요리 서바이벌 예능 ‘헬스 키친’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영국 셰프는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버거숍과 피자 레스토랑 등을 운영한다. 대부분 캐주얼 레스토랑인데 그중 램지스 키친은 가장 격식 있는 공간에 속한다. 해산물부터 육류까지 메뉴가 다양하다. 셰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는 오픈 키친이 인상적이다.
시그니처 메뉴
‘비프 웰링턴’은 램지스 키친의 시그니처 메뉴다. 페이스트리로 감싼 스테이크와 레드와인을 졸인 소스를 곁들여낸다.
‘스티키 토피 푸딩’은 따뜻한 초콜릿케이크 표면에 설탕을 입힌 뒤 그을려 달고나 스타일의 맛을 낸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얹어 마무리한다.
■ 리사 밴더펌프의 '칵테일 가든'
트와일라잇 결혼식장 온듯
낭만적인 분위기로 인기
직접 만든 와인 판매
수많은 레스토랑 사이에서도 굳이 ‘오픈 런’을 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곳이 있다. 어렵게 예약에 성공한 밴더펌프 칵테일 가든은 들어서자마자 그 인기의 이유가 이해됐다. 어둑한 공간에 수풀이 우거지고, 천장에서 늘어진 촛불과 샹들리에까지 영화 ‘트와일라잇’에 등장하는 결혼식 장면을 밤 버전으로 바꾼 듯한 낭만적인 분위기다.
이곳은 ‘베벌리힐스의 진짜 주부들’ ‘밴더펌프 룰스’ 등의 진행자로 인기를 얻은 셀러브리티 리사 밴더펌프가 운영하는 칵테일 라운지다. 여러 곳의 레스토랑을 운영하지만 이곳은 특히 주류에 집중한 공간이다. 밴더펌프는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이너리와 양조장을 소유하고, 자체 브랜드로 자신만의 와인 보드카 테킬라를 생산할 정도로 술에 진심이다. 해 질 녘부터 영업을 시작하지만 주말에는 브런치 메뉴를 판매한다. 공간의 환상적인 분위기가 테이블에서도 이어진다.
시그니처 메뉴
‘가든 온 토스트’는 꽃과 허브로 정원을 옮겨놓은 듯한 브런치 메뉴다. 아보카도와 할라페뇨, 토마토 등을 사용한다.
■ 바비 블레이의 '브래서리 B'
佛요리 당긴다면 여기
'랍스터 클럽 샌드위치'
입에서 사르르 녹아
넷플릭스 시리즈 ‘아이언 셰프’ 등 다수의 쇼에 출연한 바비 플레이는 다정한 젊은 아빠 같은 친근한 매력으로 고든 램지와 정반대 이미지로 인기를 끈 셰프다. 브래서리 B는 그간 이탈리안 요리에 집중했던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프랑스식 레스토랑. 파리에 있을 법한 세련된 분위기의 공간에서 격식 있는 브런치를 즐기고 싶다면 들러볼 법한 곳이다. 느긋하게 샴페인 한 잔을 기울이며 우아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
‘랍스터 클럽 샌드위치’는 통통한 랍스터 살과 베이컨, 아보카도가 가득해 베어 물기 힘들 정도다. 38달러(약 5만2000원)라는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아쉬움이 사라진다. 크리미하면서도 매콤한 특제 소스는 한동안 잊기 어려운 맛이다.
라스베이거스=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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