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볼리비아軍 쿠데타 실패, 대통령궁 무력 진입했다가 회군

박영서 2024. 6. 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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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대통령궁 앞에서 군인들이 도로를 차단하면서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3시간 만에 철수했습니다. AP 연합뉴스

남미 볼리비아에서 군부 일부가 26일(현지시간)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무력으로 진입했다가 3시간여 만에 철수했습니다. 군 핵심 지도부는 "무너진 조국을 되찾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일촉즉발 상황으로 끌고 가다가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 강경 대응 천명과 시민들의 반발 움직임 등에 결국 회군했습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볼리비아 군 일부 장병들이 탱크와 장갑차 등을 앞세운 채 수도 라파스 무리요 광장에 집결한 건 현지시간 이날 오후 3시 전후입니다. 무리요 광장 앞에는 대통령궁(정부청사)과 국회, 대성당이 있습니다.

볼리비아 군은 청사 앞에 대오를 갖추고 시민들의 통행을 일부 통제했고, 장갑차로 청사 건물 입구를 부쉈습니다. 텔레비시온 우노 등 현지 TV 방송 매체들은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생중계했습니다. 일부 장병은 광장에 몰려온 시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가스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펑, 펑'하는 소리가 광장 주변을 채우며 긴장감을 고조시켰습니다.

이날 '수도 진군'은 합참의장이었던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 주도로 진행됐습니다. 수니가 장군은 대통령궁 밖 현지 취재진에게 "수년 동안 소위 엘리트 집단이 국가를 장악하고 조국을 붕괴시켰다"며 "우리 군은 민주주의 체제를 재구성해 국가를 일부 소수의 것이 아닌 진정한 국민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뉴스를 보고 놀란 시민들은 마트로 달려가 물품을 사재기하는 등 볼리비아 곳곳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아르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궁 청사 안으로 들어온 수니가 장군과 대면했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이런 불복종을 용납할 수 없으니 철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두 사람 주변에 몰렸던 사람 중 누군가 수니가 장군에게 "그만 물러나라, 이래선 안 된다"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 모습은 현지 방송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습니다.

짧은 만남 후 아르세 대통령은 곧바로 각료들과 함께 연 별도의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 "볼리비아가 군의 쿠데타 시도에 직면했다"며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저와 내각 구성원은 이곳에 굳건히 서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군 지휘부(3명)를 즉각 교체했습니다.

대법원, 경찰과 소방 노조, 시민사회단체 등은 잇따라 군을 성토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무리요 광장에 모인 시민들도 군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호세 윌슨 산체스 신임 합참의장의 '수도 집결 장병 부대 복귀 명령'까지 나온 가운데 볼리비아 군은 결국 이날 오후 6시에 조금 못 미치는 시간에 철군했습니다. 아르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께 대통령궁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고, 시민들은 대통령 지지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습니다.

수니가 장군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최근 정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언사를 이어왔지요. 특히 모랄레스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서슴없이 드러냈습니다. 수니가는 최근 "모랄레스는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라거나 "군대는 모랄레스를 막기 위한 적법한 모든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랄레스 측에선 수니가의 언사가 '도를 넘었다'고 보고, 그에 대한 고발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현지에서는 수니가 장군이 아르세 현 대통령에게도 '팽'당할 위기에 처하자 병력을 동원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때 '정치적 동맹'이었던 아르세 대통령과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지지자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현재 완전히 갈라선 상태입니다. 지난해 계파를 집결해 당내 헤게모니를 잡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우경화한 아르세 대통령이 사법적 박해로 더러운 전쟁을 획책한다"고 강하게 힐난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쿠데타 시도'를 정리했어도 정국 불안은 지속해서 심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볼리비아 검찰은 수니가 장군에 대한 범죄 혐의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는 이날 저녁 경찰에 전격 체포됐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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