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센터 청소노동자들 "당신들이 2700원으로 밥 먹어보라"

공공운수노조 프레스센터분회, '임금 400원 인상' 요구 피켓시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프레스센터분회가 지난 24일 '시급 400원 인상' '한 달 식대 1만 원 인상'을 요구하며 점심시간 피켓 시위 중이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 새벽에 나와서, 이 많은 일을 하는데, 400원이 많다고?” “언론재단과 서울신문이 책임지라, 생활임금 보장하라!” 최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빌딩에서 점심시간마다 구호가 울려퍼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프레스센터분회가 '시급 400원 인상' '한 달 식대 1만 원 인상'을 요구하며 17일부터 피켓 시위 중이다.

이들은 지하 4층, 지상 20층으로 이뤄진 프레스센터를 책임지는 청소 노동자들이다. 20명 안팎의 인원이 빌딩을 한 명당 1층씩 각 680평을 맡는다. 프레스센터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서울신문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언론중재위원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외신기자클럽 등 언론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있다.

이들의 하루는 심야에 시작된다. 분회 대의원인 나현미씨는 서울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 4시30분 프레스센터에 도착한다. 화장실 쓰레기통과 입주사 쓰레기통을 비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나씨는 언론재단 임원실, 신문유통원장실 등이 있는 15층 담당이다. 비워야 하는 쓰레기통은 한 층에 대략 100개, 쓰레기 분리배출도 청소노동자들 몫이다. 직원 출근이 빠른 곳 순으로 사무실을 쓸고 닦고, 복도와 화장실을 청소한다. 쓸고 닦기와 쓰레기 수거, 화장실 청소를 반복하다보면 퇴근시간인 오후 4시다.

청소노동자들의 현재 임금은 시간당 1만100원. 식대는 한 달 12만 원, 한 끼 2700원 꼴이다. 프레스센터 지하 3층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만난 윤재훈 분회장은 “우리는 새벽에 출근해 아침,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직원식당이 한끼에 4000원, 두 끼에 8000원이다. 한끼 식사값도 안 되는 돈이지만 지금 식대로는 이마저도 어렵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프레스센터분회 조합원들이 24일 점심시간 시급 400원 인상과 식대 한 달 1만 원 인상을 요구하며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최영선 프레스센터분회 사무장은 현재 월급이 생계비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벌이로는 살 수 없다. 학생인 자녀가 있거나, 부양가족이 있다면 택도 없는 얘기다. 누가 편찮으시면 바로 마이너스”라며 “대출금, 관리비와 세금 내고, 핸드폰 비용 나가면 생활비는 거의 남지 않는다. 요즘 물가는 얼마나 높은가. 마트를 가도 과일, 고기는 못 담는다”고 했다.

분회는 용역비 결정권이 있는 두 원청사에 '진짜 사장'으로 책임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원청기업이 매년 청소 용역사를 입찰해 용역비에 결정권을 쥔 상황에서 청소노동자의 생활임금과 근무조건을 보장하라는 얘기다. 프레스센터 건물은 지하에서 11층까지는 서울신문, 그 위부터는 언론재단이 운영한다.

두 원청사는 청소노동자 임금 교섭 주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언론재단 측은 “업체와 노조 간의 협상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다만 원만한 합의를 위한 협조를 업체에 지속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재단 측은 “시중노임단가(시급 9460원)를 기준으로 청소 도급 계약을 위한 예정가격을 산출하고 입찰에 의해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에 미달할 경우에 (하청사와) 최저임금으로 계약을 체결해 2024년엔 최저시급 9860원 기준으로 청소도급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서울신문 측은 “협상 중으로 알고 있고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면서도 분회의 대화 요구에는 “비공식 대화를 해왔으나 교섭 주체는 하청사이기에 공식 대화 요청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언론재단이 언급한 9460원을 권고 임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분회 설명이다. 실제 2024년 상반기 시중노임단가는 시급 1만751원, 여기에 최저낙찰하한율 12% 가량을 반영해 깎은 값이 9460원이다. 법정 최저시급 9860원보다 400원 낮다. 분회는 원청이 입찰 시부터 노조 교섭 결과로 정한 현행 임금을 기준으로 삼을 것도 요구하고 있다.

▲윤재훈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프레스센터분회장이 24일 점심시간 선전전에서 발언 중 메인 목을 가다듬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24일 언론재단 측과 면담을 마치고 피케팅에 나선 윤재훈 분회장은 “(재단 측이) '저는 400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데 서러웠다. 약이 오르더라”며 눈물을 보였다. 윤 분회장은 점심식사를 위해 건물을 나서는 입주사 임직원들을 향해 “새벽에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곳에서 땀이 눈에, 입에 들어가면서도 묵묵히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못 버틴다”며 “우리는 깡패도 강도도 아니다. 그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원한다”고 외쳤다. 또다른 분회 임원은 “(언론재단 측에) 청소노동자 1명당 680평인데 400원이 많느냐고 따지려다 말았다”며 “언론재단 임원들 한끼 식대는 얼마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