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시대변화 반영한 입법 서둘라
헌법재판소가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를 규정한 형법 328조 1항에 대해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의 위헌 선언으로, 국회는 2025년 말까지 형법의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는 “친족상도례 조항은 일정한 친족 사이의 재산 범죄에 관하여 일률적으로 형면제를 함으로써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시대 변화를 반영한 헌재의 결정에 공감한다.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 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 발생한 사기·공갈·횡령·배임 같은 재산 범죄에 형을 면제하는 제도다. 집안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에 가족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로 1953년 형법 제정 때 도입됐다. 가족 구성원들이 내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 제도의 전제 조건이지만, 지난 70년 동안 사회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친형 부부로부터 수억원대 횡령 피해를 당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연예인, 부친의 사문서 위조로 막대한 채무를 지게 된 유명 골프 선수 사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재산 문제로 가족과 송사를 벌이는 사람들이 많다. 핵가족화 등으로 가족·친족 간 유대가 약화하고,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권위 있는 가장도 점점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이 제도가 피해자의 처벌 의사나 사안의 중대함을 따지지 않고 획일적으로 적용된다는 것도 문제다.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치매 환자의 친족이 이 제도를 악용해 재산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이 어렵다. 8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이라는 적용 범위 역시 지나치게 넓다. 물론 이 제도의 순기능도 있다. 배우자 호주머니에서 소액을 빼서 생활비로 쓰거나, 책값이라고 부모에게 돈을 타서 과자를 사먹은 자녀의 행위까지 국가가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 모든 집안의 사소한 분쟁에 수사기관이 개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국가가 범죄에 개입 자체를 하지 않는 것과, 개입할 수 있지만 피해자의 의사나 피해 정도 등을 따져 처벌하지 않는 것은 다른 얘기다.
사회가 변하면 법과 제도도 달라져야 한다. 친족상도례의 장점을 살리고 시민들의 달라진 눈높이와 인식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친족의 재산 범죄에 대한 친고죄 도입, 형을 면제하는 친족 범위를 축소하는 등의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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