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위패없이 쓸쓸…'화성 아리셀 화재' 분향소[박지환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패널 : 이준석 기자
[앵커]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나흘 째를 맞은 오늘까지 사망자 23명 가운데 17명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화성시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나가 있는 취재 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이준석 기자.
[기자]
네. 저는 지금 임시 합동분향소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분향소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이곳 분향소에는 추모를 위한 시민들의 발길 간간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희생자들의 신원확인이 늦어지면서 분향소에는 아직까지 영정과 위패조차 설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탓인지 아직까지 많은 시민들이 찾지는 않고 있어 다소 쓸쓸한 분위기입니다.
[앵커]
신원이 대부분 확인됐는데, 영정조차 없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17명의 신원이 확인됐지만, 사진을 받을 유족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유족이 없는 겁니다.
경찰은 각 희생자 시신에서 채취한 DNA와 유가족 DNA를 대조·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가 나와야 유족으로 인정되는 겁니다.
하지만 결과 나오는데 2~3일 걸리기 때문에 현재까지 DNA 대조가 마무리된 사망자는 3명뿐입니다.
[앵커]
그럼 사망자 신원 파악은 얼마나 진행된 거죠?
[기자]
현재 사망자 23명 중 17명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이중 4명은 내국인, 중국인 12명, 라오스인 1명입니다.
6명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조 시료를 모두 채취한 만큼, 조만간 신원 확인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장례 절차는 진행되고 있는 겁니까?
[기자]
현재 사망자 23명의 시신은 화성 관내 5개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장례식은 단 한 건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DNA 일치 여부가 확인된 유족들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장의 절차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습니다. 이르면 오늘 밤 또는 내일부터 3명에 대한 장례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앵커]
화재 원인을 밝히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수사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어제 8시간 반에 걸쳐 아리셀 공장과 인력 공급업체, 아리셀 대표 자택 등 5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압수물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곧바로 피의자 소환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는 화재 원인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유 등을 밝히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정부는 수사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엄중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길수 지역사고수습본부장입니다.
[민길수 지역사고수습본부장]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필요한 증거자료를 면밀하게 확인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다수의 증거자료를 신속히 분석해 화재 원인 및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해 엄중 조치하겠습니다.
[앵커]
또 공장에 소화 장비가 있었지만, 전부 무용지물이었다는 CBS 단독 보도가 오늘 오후에 있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전해주시죠.
[기자]
화재가 발생했던 아리셀 공장 3동에는 분말소화기 36개, 이산화탄소 소화기 2개, 할로겐 화합물 소화기 1개가 있었지만, 이 소화기들은 모두 일반 화재 현장에서 쓰이는 것들입니다.
아리셀 공장에 있던 리튬전지는 화재가 날 경우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로 진화해야 합니다. 또 옥내 소화전도 있었지만 물은 금속 화재에는 무용지물이라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리튬전지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사용할 수 있었던 소방 설비가 없었던 겁니다.
특히 소방당국은 3개월 전인 올해 3월 28일 이미 아리셀 3동에 대해 화재 위험과 큰 인명 피해 우려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었습니다.
아리셀 측은 이런 우려를 무시한 채 공장을 운영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인재네요. 결국 이번 화재 사고로 이주노동자들을 열악하고 위험천만한 근무 환경으로 내몰고 있는 잔인한 우리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데요.
이 기자가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면서요. 이번 사고를 바라보는 그분들의 시선은 어땠습니까?
[기자]
네. 이른바 3D 업종에 투입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만나봤는데요. 너무나 참담했습니다.
이동장치 제조공장에서 일하던 방글라데시 국적의 이주노동자는 급성 간질성폐질환. 수술로 폐 일부를 절제하면서 폐기능 절반을 잃었습니다. 그동안 수시로 고통을 호소했지만, 사측은 괜찬다며 계속 일을 시켰습니다.
가구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중국인은 안전교육은 물론 사고 대응 매뉴얼을 배우지 않고 현장에 투입돼 온몸에 상처가 남았습니다.
이주노동자의 목소리 들어보시죠
[이주노동자]
우리 외국인들 일하는 자리 너무너무 다 위험해요. 무거운 거 위에 걸어야 돼요, 먼지 많아요, 케미칼 많아요. 거기 한국사람들은 전부 일 안해요. 방진마스크 달라고 해도 안 줬어요. 한국에 돈 벌고 가족들이랑 잘 사는 꿈 갖고 오는데, 일하는 자리를 안전하게 하면 좋겠어요. 우리 외국인들도 사람, 우리도 가족들 있어요.
[기자]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일터로 내몰리는 이유로 고용허가제를 꼽았습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입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이들에게 소위 위험과 죽음의 아웃소싱이 집중화되고 있죠. 내국인이 기피하는 사업장에만 고용 알선 받게 되어 있습니다. 고용허가제죠. 소개받는 업종은 3D 업종이죠. 현실이 이러니까 이주노동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이 죽을 수밖에 없고.
지금까지 임시 합동분향소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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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 lj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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