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대법관 후보' 이숙연 고법판사…"법원 내 AI 전문가"
여의도여고, 포항공대 산공, 사법연수원 26기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AI연구회 회장 활동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숙연(사진·55·사법연수원 26기) 특허법원 고등법원 판사가 노경필(59·23기) 수원고등법원 부장판사, 박영재(55·22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함께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됐다.
재판 업무에 매진하는 가운데서도 법학 연구에 정진해 ‘인공지능 관련 규범 수립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 ‘뇌물수수죄와 제3자뇌물수수죄의 법리에 관한 연구’, ‘디지털증거의 증거능력과 증거조사방안’, ‘금융투자상품의 투자자 보호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수의 단행본, 논문, 판례 평석 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2011년 여성 법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를 맡아 자신의 박사학위논문인 ‘형사소송에서의 디지털증거의 취급과 증거능력’ 등에서의 연구성과를 기초로 형사법관들과 수사기관 등 관계인들의 의견을 두루 반영해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 첨부하는 별지의 틀을 정비하고 내용을 수정·보완하는 등 디지털증거에 대한 압수수색의 범위 및 방법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충실히 보장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중심으로 한 고찰’에 관한 논문을 집필하는 등 아동과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연구와 교육활동에도 힘써왔다. 법원 내 성인지적 감수성 제고와 성평등 문화 정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고법판사는 현재 대법원 산하 인공지능(AI)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고 카이스트(KAIST) 전산학부 겸직 교수로 일하는 등 정보통신 기술과 지식재산권 분야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해근로자 권리구제 노력…국가배상책임 판례 변경 이끌기도
서울고법 고법판사 재직 시절 맡은 사건 중에는 경찰공무원이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취객을 상대하던 중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아 불과 41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사망했으나 평소 뇌동맥류라는 기왕증이 있었다는 이유로 순직이 인정되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이 고법판사는 새로운 증거조사와 법리 검토를 거쳐 망인의 직무수행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었음을 밝히고 순직군경에 해당한다고 판결해 직무수행 중 사망한 경찰공무원이 명예를 회복하고 유족이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심장사, 특수한 공무환경에서의 계속적인 공무수행으로 인해 적절한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암이 현저히 악화돼 사망한 사건 등에서도 근로자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해 재해근로자와 그 유족들의 권리구제에 힘썼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직무대리로 재직하면서는 4교대 근무제로 일한 실버타운 시설관리업체 근로자의 당직근무를 통상근로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을 맡아 “당직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은 평일 4시간, 공휴일 5시간으로 보고 나머지 시간의 근로에 대해 통상근로의 연장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퇴직금도 이를 기초로 다시 산정해 이미 지급한 퇴직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해 쌍방 당사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서울고법 고법판사 재직 당시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체포 및 수감돼 재판을 받은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에 대해, “긴급조치가 위헌·무효이고 이에 관한 공무원의 직무행위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기도 했다. 이 판결은 긴급조치 자체의 불법성으로 인해 당시 국가공무원이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더라도 국가배상책임의 발생을 인정함으로써 종래 긴급조치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해 온 판례의 변경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됐다.
뿐만 아니라, 속칭 ‘검사 스폰서’로 알려진 사업자가 구속영장심문을 위해 법원에 인치되는 과정에서 포토라인에 서게 돼 신원과 초상이 드러난 사건에서 원칙적으로 범죄사실 자체가 아닌 범죄를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는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할 공공성을 지닌다고 할 수 없고 그에 대한 예외는 피의자가 공인으로서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되는 경우나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재범방지와 범죄예방을 위한 경우 등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뿐이라는 이유로 1심과 달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해당 판결은 수사과정에서 이른바 포토라인의 정당성의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무죄로 추정되는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했다는 의미가 있다.
IT·AI 분야 조예 깊어…법관업무포털 개발업무 총괄
그는 특허법원 고법판사로 재직하면서 특허발명에 대한 균등침해가 문제된 사건에서 “특허발명이 복수의 과제해결원리를 가지고 있고 그 과제해결원리가 각각 출원 당시 공지되거나 공지된 것과 다름없다 하더라도, 복수의 과제해결원리의 결합 자체가 공지되거나 자명한 것이 아니고 특히 복수의 과제해결원리 중 일부만 공지되고 균등 여부가 다퉈지는 구성요소는 공지된 과제해결원리와 무관한 것이라면, 특허발명과 확인 대상발명의 과제해결원리의 동일성 여부를 검토하지 아니한 채 문제되는 구성요소들의 개별적 기능이나 역할 등의 비교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판시함으로써 특허발명이 복수의 과제해결원리를 가지며 이 중 일부가 공지되지 아니한 경우에 적용되는 균등침해 여부의 판단방법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사례도 그의 주요 판결로 꼽힌다.
법원행정처 정보화심의관 재직 시절엔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던 법관업무 전산프로그램을 집약하고 일정관리, 사건관리, 통계 기능을 결합한 법관업무포털을 처음으로 개발하는 업무를 총괄했다. 이를 통해 2007년 법관통합재판지원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오픈함으로써 법관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건관리의 질을 제고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고법판사는 법학 분야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 등 분야에도 조예가 깊고 폭넓은 연구활동과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대법원 산하 AI연구회장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인권’ 심포지엄에서 ’인권보호를 위한 인공지능 관련 규범의 현황과 개선책‘에 관한 주제로 발표하는 등 새롭게 대두되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학계와 실무를 넘어 일반 사회와도 활발히 교감하고 소통하고 있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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