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윤,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말해…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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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를 두고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음모론'에 기댄 발언을 했다고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공개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 말이 다 맞다"면서도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는 게 김 전 의장의 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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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독대 요청해 나눈 이야기 왜곡” 반박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를 두고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음모론’에 기댄 발언을 했다고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그럴 경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억울한 일”이라며 이 장관을 감싸기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즉각 “왜곡”이라고 반박했지만, 야당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27일 일부가 공개된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 2022년 12월5일 국가조찬기도회 때 윤 대통령과 독대하며 나눈 대화를 기록했다. 당시 김 전 의장은 “이상민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옳다. 장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장관 본인의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윤 대통령에게 이 장관의 자진 사퇴를 설득했다고 한다. 당시는 여야가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 추진을 두고 격렬하게 맞서, 예산안 처리까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 말이 다 맞다”면서도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는 게 김 전 의장의 회고다. 윤 대통령은 “그럴 경우 이상민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독대 전인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한다”며 빗발치는 이 장관 사퇴 요구를 일축했고, 12월11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 장관 해임건의안도 거부했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며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이 믿기가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윤 대통령의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 나는 ‘그런 방송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즉각 공지를 내어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 “대통령은 당시 관계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최근에는 (진상 규명 등을 위한)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참사에) 가장 큰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있는 국정 최고 책임자 대통령이 음모와 조작의 결과물이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비인간, 반인간의 극치”라고 적었다. 같은 당 최민석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인식은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음모론을 신봉하는 대통령은 처음 본다”고 논평했고,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적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정부가 취득한 정보와 조언을 들으며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극우 유튜버들의 방송을 보면서 국정을 운영해온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된 조작된 사건’일 수도 있다는 명백한 허위사실을 입력한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비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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