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우주 등 중점 투자···국가 R&D 예산 24.8조원으로 '원상복구'
우주, 양자 등 예산 늘고 감염병, 수소, 미세먼지 줄어
항우연 10% 등 출연연 예산도 11.8% 증가
과학계 긍정적 평가···혁신본부장 "역대 최대 투자"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이 삭감 이전인 작년 수준으로 복원됐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도 작년 수준을 회복했다. 양자기술과 우주 등 국가 전략분야 예산이 크게 늘었다. 감염병과 미세먼지, 수소 관련 분야 예산은 작년보다 축소되거나 유지돼 R&D 효율화 취지를 살린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 9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주요 R&D 예산은 올해보다 2조9000억원 증가한 24조8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당초 과학기술혁신본부는 24조5000억원으로 책정했지만, 9월 초 국회 제출 이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3000억원을 추가하기로 한 내용을 반영했다. 인문사회분야를 포함한 일반 R&D를 더하면 정부 R&D 예산은 29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3조4000억·우주 예산 1조원
정부는 내년에 혁신 도전형 R&D, 국가 혁신을 견인할 게임체인저 기술, 글로벌 최고 수준의 공동연구 등 선도형 R&D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도 올해보다 11.8% 증가한 2조1000억원으로 편성했다.
분야별로는 양자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바이오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3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이와 함께 도전적 R&D 투자를 확대, 실패 위험이 있더라도 성공 시 파급효과가 큰 혁신·도전형 R&D에 1조원을 투자한다. 기초연구 분야에 2조9400억원을 투자해 우수 성과자의 후속 연구와 개척 연구 등을 적극 장려할 계획이다. 이 밖에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도 확대했다.
우주 분야 예산은 처음으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2032 달 착륙, 2045 화성 도달’을 위한 우주탐사, 차세대 발사체 핵심역량 확보에 투자하고 민간 전용 발사장 등 인프라 구축, 우주기술·부품 국산화 등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우주항공청이 개청한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내년 출연금 예산은 1223억원으로 올해 대비 약 10% 늘었고, 작년 대비 6.35% 증가했다.
앞서 정부는 나눠먹기식 관행 타파, 낭비요소 방지 등의 이유를 들어 사상 처음으로 올해 R&D 예산을 삭감했다. 이후 R&D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폐지, 혁신·도전형 R&D 지원체계 구축, 출연연 공공기관 해제, 글로벌 R&D 제도개선 등을 통해 정부 R&D 투자시스템을 개선해왔다.
과학기술계에서는 R&D 예산이 복원되며 한숨 돌린 분위기다. 올해 갑작스런 예산 삭감에 연구 현장에서 반발이 있었지만, 내년 예산을 곧바로 복구하면서 상처를 보듬을 기회가 생겼다는 평가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은 “비효율을 혁파하는 과정 속에서 점진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지만 삭감이나 복원 모두 빠르게 이뤄져 아쉬움이 일부 있다”면서도 “R&D 시스템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분야에 집중적으로 예산이 투입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과학기술분야 예산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국제협력이나 3대 중점 분야 등 특정 분야만 예산이 증가한 것은 아닌지 세심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R&D 예산 삭감으로 과학기술인들이 상처를 입었던 만큼 과학기술인의 처우를 개선하고, 사기를 진작시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성모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장은 “출연연 예산 복원을 환영한다”면서도 “정부의 카르텔 언급으로 과학계 인재들이 많이 떠났는데 예산 복구는 이제 첫 시작이다. 정부가 인재들을 보듬고, 이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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