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피하자" 매도폭탄… 해외주식·단타 쏠림 심화[6개월 앞둔 논란의 금투세]
큰손 떠나면서 투자심리 위축
개미들까지 연쇄매도 이어져
장기투자 대신 단기매매 부추겨
■세금 이슈 때마다 개미 혼란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금투세 도입시 2022년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투자자(1440만명) 가운데 약 15만명(1.04%)이 세금을 내야 할 전망이다.
금투세 도입으로 인한 가장 큰 걱정거리는 증시가 받을 '충격'이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 매매로 수익이 났을 때 20~25% 세율로 과세한다. 연간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여서 다수의 개인 투자자는 해당되지 않지만 투자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이른바 '슈퍼 개미'들은 억 단위의 세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연쇄 매도 압박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투세를 피하려는 슈퍼 개미들의 매도 행렬이 올해 하반기 시작될 경우 덩달아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일반 투자자들의 매도세로 이어지고, 전반적인 자금 이탈과 함께 시장 침체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정부가 추정한 금투세 대상자가 전체 투자자의 고작 1%라 해도 이들이 투자하고 있는 규모(금액)는 한국증시 전체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새로 세금을 부과해 이들의 실질 수익률을 20% 감소시키면 상당한 자금이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짚었다.
금융위원회도 금투세 도입 논의가 한창이던 2022년 국회 토론회에서 "개인 투자자 상위 0.5%가 보유한 지분이 전체 개인 지분의 50%에 육박한다"며 고액 자산가들이 매물 처분에 나설 경우 시장 전반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를 위해 연말마다 투매 행렬이 잇따랐던 것처럼 금투세 도입 역시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 12월 말이다 보니 대주주 지정을 피하려 보유주식을 매도하는 일이 빈번했고, 이는 연말 증시 수급을 왜곡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실제 최근 3년간 개인 투자자들은 대주주 지정일 직전 5거래일간 2조2000억원에서 최대 7조원어치를 팔았다.
금투세 도입으로 해외주식을 찾는 쏠림이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해외주식에 대해서는 매매차익에 250만원을 공제한 뒤 20% 세율로 과세하고 있다. 여기에 금투세가 적용될 경우 국내외 주식 모두 세금이 부과되는데 이 경우 해외주식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권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똑같이 세금을 매긴다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면서 VIP 고객들의 금투세 도입 대응 문의가 매일 들어온다"면서도 "도입된다 해도 구체적 규칙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 실제 과세까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주식 장기보유 독려 방안 고민해야
해외에서는 주식 장기보유에 대해 세제 혜택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주식이나 채권 등을 양도해 얻은 자본소득을 단기소득과 장기소득으로 나눠 과세한다. 1년 미만으로 단기간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는 개인의 일반소득과 합해 누진세율로 종합과세하지만 1년 이상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경우 0~20%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식이다. 특히 장기보유자의 경우 소득에 따라 세율을 달리 적용하는데 근로·사업 등 종합소득이 4만400달러 이하라면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프랑스도 이자·배당·자본이득을 분리과세한다. 장기보유 주식에 대해서는 매년 일정한 비율로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역시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가 6개월 넘게 보유한 주식 양도차익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영국의 경우 전체 소득 규모에 따라 자본소득을 10%·20% 세율로 분리과세 하고 있으며, 이월 공제를 무기한으로 허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식 장기보유를 독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논의되는 제도는 5000만원 이상 투자소득에 일괄 과세하는 방안이다 보니 투자자는 공제한도를 넘어서기 전에 계속해서 주식을 팔아야 한다"며 "이는 장기투자는 고려하지 않고, 단기투자만 독려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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