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막았다… 3시간 만에 끝난 볼리비아軍 쿠데타

박종원 2024. 6. 2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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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남미 국가 볼리비아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으나 약 3시간 만에 중단됐다.

이번 쿠데타의 원인은 표면적으로 현 정부 및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군부의 불만으로 알려졌다.

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임시 의장을 맡고 있는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도 볼리비아의 상황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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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부·차기 대선후보 불만에
장갑차 몰고 대통령궁에 진입
시민·해외지도자 비난에 철수
아르세 대통령 "민주주의 유지"
26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쿠데타에 가담한 병사들과 헌병들이 대통령궁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AP뉴시스
대통령궁에서 쿠데타 병사들이 물러나자 환호하는 지지자 앞에서 주먹을 들어보이는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 연합뉴스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남미 국가 볼리비아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으나 약 3시간 만에 중단됐다. 이번 쿠데타의 원인은 표면적으로 현 정부 및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군부의 불만으로 알려졌다.

■3시간 만에 끝난 쿠데타

미국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볼리비아 육군의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은 26일 오후 3시 무렵(현지시각) 전차와 장갑차를 포함한 휘하 장병들을 수도 라파스의 무리요 광장에 집결시켰다. 그는 육군 총사령관 직책을 맡았으나 전날 직위 해제됐다.

수니가는 국회 및 대통령궁이 위치한 무리요 광장을 통제한 뒤 현장에 모여든 취재진에게 "천연가스 수출이 고갈되면서 중앙은행 외환보유고가 고갈되고 볼리비아 화폐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등 경기 침체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 동안 소위 엘리트 집단이 국가를 장악하고 조국을 붕괴시켰다"며 "우리 군은 민주주의 체제를 재구성해 국가를 일부 소수의 것이 아닌 진정한 국민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수니가의 군대는 오후 3시 50분에 장갑차를 이용해 대통령궁 문을 부순 뒤 내부로 진입했다.

볼리비아의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은 대통령궁에서 수니가와 직접 대면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아르세는 수니가에게 "군 통수권자로서 이런 불복종을 용납할 수 없으니 철군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촬영 영상에 의하면 아르세와 수니가의 대화 당시 신원을 알 수 없는 주변 인물이 수니가에게 "그만 물러나라, 이래선 안 된다"고 외치기도 했다. 수니가는 대면 당시 아르세에게 정치범 석방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아르세 대통령은 수니가와 짧은 대화 이후 곧바로 대국민 연설을 진행하고 "볼리비아가 군의 쿠데타 시도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아르세는 즉시 육군과 해군, 공군 참모총장을 교체했으며 호세 윌슨 산체스 신임 육군 참모총장은 쿠데타 가담 장병들에게 부대 복귀를 명령했다. 쿠데타에 가담했던 병사들은 오후 6시 무렵 광장에서 철수했다.

아르세는 병사들이 물러가자 대통령궁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 "국민들에게 감사하다. 민주주의를 유지하자"고 말했다. 수니가는 이날 저녁 막사에서 연설 중에 경찰에게 체포됐다.

■국내외 반발로 쿠데타 포기

수니가가 쿠데타를 포기한 이유는 국내외 극심한 반발 때문으로 추정된다.

라파스 시민들은 쿠데타 소식이 알려지자 무리요 광장에 모여 수니가와 군부를 비난했다. 대법원과 경찰, 소방 노조, 시민사회단체 모두 군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볼리비아 최대 노동조합 지도부는 정부를 방어하기 위해 라파스의 사회단체와 노동단체에 대해 무기한 파업을 선언, 국민적 저항을 선언했다.

해외 지도자들도 수니가를 지지하지 않았다.

볼리비아와 이웃한 칠레의 가브리엘 보릭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 시도를 규탄하며 기관들이 제 기능을 다하고 헌법과 법률이 존중될 것을 요구한다"며 아르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임시 의장을 맡고 있는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도 볼리비아의 상황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EU는 볼리비아의 헌법 질서를 깨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려는 모든 시도를 비난한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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