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령골 학살 유족들 “건강 잘 돌봐 평화공원 착공 봐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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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늘 아버지를 마음에 그리며 오늘 참회의 잔을 올립니다. 이 잔 속에 들어있는 것은 결코 술이 아니라, 인륜을 짓밟고 진실을 외면한 채 왜곡된 역사를 강요한 공권력이 용서를 비는 눈물입니다."
전 회장은 "2기 진실화해위의 지간 3년간 사건 처리율은 60%에 불과하다. 그중 진실 규명률은 그 절반인 31%다. 조사 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진실 규명 신청을 한 골령골희생자 유족들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며 "게다가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유족에게 '전시에는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다'는 등 유족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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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늘 아버지를 마음에 그리며 오늘 참회의 잔을 올립니다. 이 잔 속에 들어있는 것은 결코 술이 아니라, 인륜을 짓밟고 진실을 외면한 채 왜곡된 역사를 강요한 공권력이 용서를 비는 눈물입니다.”
추도사를 읽어내려가던 김복영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장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울렁이는 마음을 꾹꾹 누르며 김 회장은 잘못된 과거를 외면한 채 살아가는 오늘의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선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는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과 평화공원(가칭 진실과 화해의 숲)’이 세워질 예정이다.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28일부터 7월17일까지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우리 군과 경찰 등에 의해 끌려와 집단학살을 당한 뒤 묻힌 곳이다. 3차례에 걸쳐 최소 3천여명 최대 7천여명이 골령골에서 살해돼 묻혔는데, 이들이 묻힌 구덩이들을 연결한 길이가 1㎞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2000년부터는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와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주도로 매년 6월 ‘골령골 학살희생자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27일 오전 골령골에서 열린 ‘대전산내골령골학살사건 74주기 피학살자 합동위령제’에는 전국에서 온 희생자 유족을 비롯해 박희조 동구청장, 김제선 중구청장, 황인호 전 동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추모사를 보냈다. 개신교·천주교·원불교의 종교제례에 이어 진행된 위령제례는 대전산재골령골피학살자유족회의 전미경 회장과 김운택 전남지회장·조치연 대전위원회 감사, 안기태 제주4·3희생자유족회 대전위원장의 주도로 이뤄졌다. 제례 뒤 가수 진채(노래)와 민윤경·김윤아(춤)의 공연도 이어졌다.
유족을 대표해 앞에 나선 전미경 회장은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지지부진한 진실규명과 관련해 유족들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전 회장은 “2기 진실화해위의 지간 3년간 사건 처리율은 60%에 불과하다. 그중 진실 규명률은 그 절반인 31%다. 조사 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진실 규명 신청을 한 골령골희생자 유족들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며 “게다가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유족에게 ‘전시에는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다’는 등 유족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 회장은 울먹이며 “내년 위령제 전까지 저의 한가지 바람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을 내년 이 자리에서 다시 뵙는 것이다. 건강을 잘 돌봐 평화공원이 착공되는 걸 봐야 하지 않겠나. 유전자 검사를 통해 부모·형제와 만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현재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과 평화공원’ 조성 사업에 대한 사업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공모를 통해 해당 사업의 대상지로 골령골을 선정했으나 2020년까지 특별한 이유 없이 손을 놓았고, 그 사이 사업비가 물가 상승 등으로 애초 295억원에서 400억원 이상으로 증가하며 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사업비 300억원 이하)에서 벗어났다. 뒤늦게 2020년부터 3년에 걸친 골령골 유해 발굴을 하는 동안 사업비는 591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조만간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지만, 관련 행정 절차도 남아 있어 올해 안 착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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