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돈으로 부실PF 틀어막기, 미루면 다 해결되나

한겨레 2024. 6. 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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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피에프 대출 보증을 두배 가까이 늘리면서, 부도가 날 경우 세금 투입 가능성이 큰 사업장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시행사는 적은 자본으로 수천억원대 '묻지마' 개발 사업을 벌이고, 금융회사는 대출 부실 위험을 공공기관에 전가한 채 손쉬운 이자 장사를 하는 잘못된 관행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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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에는 준공 후 2개월이 넘도록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있다.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다. 김규현 기자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피에프 대출 보증을 두배 가까이 늘리면서, 부도가 날 경우 세금 투입 가능성이 큰 사업장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자조차 못 갚는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기보다 정부 보증을 통해 연명시키는 정책을 지속해온 탓이다. 시행사는 적은 자본으로 수천억원대 ‘묻지마’ 개발 사업을 벌이고, 금융회사는 대출 부실 위험을 공공기관에 전가한 채 손쉬운 이자 장사를 하는 잘못된 관행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27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대구 달서구 상인동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 아파트는 지난 4월 준공승인을 받고도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분양시장이 좋지 않아 분양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장엔 제이비(JB)금융그룹과 디지비(DGB)금융그룹 산하 은행·캐피탈 등이 피에프 대출 5128억원(지난해 말 기준)을 내줬는데, 이들이 회계에 반영한 충당금은 전체 대출액의 10% 미만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출금의 90%에 지급보증을 서줬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분양이 잘 안돼 시행사가 피에프 대출 원리금을 못 갚으면 공사가 이를 대신 상환하고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시행사는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2022년 10월 이후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의 피에프 보증 지원 규모를 30조원까지 늘리고 지원 요건은 완화했다. 요건이 완화된 만큼 이들 보증기관이 떠안아야 하는 부실 위험이 커졌다. 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보증 공급액은 지난해 6조8196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에 견줘 2배 가까이 늘었고, 시행사가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발생한 사업자보증 사고 금액(보증금액 기준)은 2022년 55억원에서 지난 4월 2410억원으로 2년 만에 40배 이상 급증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계속 뒤로 미뤄왔다. 레고랜드 사태 진정 뒤에라도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총선을 의식해 미뤘다. 총선 뒤에야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제라도 옥석 가리기에 속도를 낼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을 벌고 주택경기를 띄워 넘어가보자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시장이 좋을 때는 시공사와 시행사, 금융회사가 돈을 벌지만,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국민 돈으로 부실을 메워야 하는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를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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