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10배 버는데…갈길 먼 '40만닉스'
뉴욕증시 시총 1576억달러
점유율 53% 하이닉스보다 커
한국 저평가 전형적 사례로
"월가선 시총 400조원 거뜬"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약 172조원이다. 2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은 1576억달러(약 218조원)에 달한다. 마이크론 시총이 하이닉스보다 27% 큰 셈이다.
마이크론 시총은 SK하이닉스보다 크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한국 기업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5.5%로 1위다. 그 뒤로 SK하이닉스(31.8%), 마이크론(19.2%) 순이다.
특히 인공지능(AI) 특수로 고성장 중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마이크론은 3위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압도적 1위는 SK하이닉스로 점유율이 53%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38%이며 마이크론은 9%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미국 인텔과 같은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메모리에 특화된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같은 범주로 묶긴 어렵다.
SK하이닉스에 경쟁력이 밀리는데도 마이크론은 월가에 의해 높은 기업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9.99배에 육박한다. 12개월 선행 PER은 향후 실적 성장 기대감을 반영해 주가의 적정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다.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은 8.3배로, 마이크론은 이보다 2배 이상의 주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만약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 상장됐다면 마이크론과 동일한 12개월 선행 PER 20~30배의 멀티플을 부여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소 수준인 PER 20배를 가정해도 SK하이닉스의 2025년 순이익은 종전 추정치 대비 141% 늘어난 5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를 주가로 치면 '30·40만닉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실제 2024년 추정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가 21조1601억원인 데 반해, 마이크론은 17억달러(약 2조원)로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상장됐다면 시총 400조원은 거뜬히 넘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이크론은 26일 회계연도 3분기(3~5월)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시간 외 거래에서 8% 가까이 하락했다. 매출액 68억10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 0.62달러를 기록하며 월가 기대치 평균(매출액 66억7000만달러, 주당순이익 0.51달러)을 넘어섰다.
다만 마이크론이 제시한 다음 분기 실적 목표 평균치가 매출액 76억달러, 주당순이익 1.08달러로 월가 기대치 평균(매출액 76억달러, 주당순이익 1.05달러)에 못 미쳐 매도세가 커졌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이 내년에는 재고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기대치를 눌렀다. 또 올해 스마트폰, PC 관련 매출증가율이 한 자릿수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한스 모제스만 로젠블랫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역사상 가장 큰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내년 HBM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마이크론 HBM 출하가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낙관론을 내놓은 바 있는데, 기대감이 무너진 것이다.
한편 같은 날 진행된 엔비디아 주주총회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지는 못했다. 젠슨 황 CEO는 첨단 반도체 수요 폭증을 이끌 양자컴퓨팅에 대해 "실용성을 갖추려면 20년이 걸린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차창희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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