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건보재정 투입 반 년간 1조···종합·요양병원 임종실 의무화
정부가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1900여 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건보 재정이 약 1조 가량 들어가게 됐다. 또 오는 8월부터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등에 ‘임종실’ 설치가 의무화된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올해 제 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열고 비상진료체계를 유지에 월 189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 투입을 의결했다. 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중증·응급환자의 의료 공백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난 2월20일부터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 중이다. 이를 다섯 달째 연장해 오는 8월10일까지 추가 재정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총 9839억원의 건보재정이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쓰이게 됐다.
상급종합병원에서 병·의원 급으로 경증환자를 회송한 경우 보상을 강화한다. 중증환자가 신속하게 배정될 수 있도록 하고, 응급실 진찰·심폐소생술 등 응급실 의료행위에 대한 추가 보상도 계속하기로 했다. 병원 내에서 중환자나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빨리 대응하도록 전문의 진료에 대해 정책지원금도 지원한다.
존엄사를 위한 임종실 수가 신설도 결정됐다. 개정 의료법에 따라 오는 8월부터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 1개 이상의 임종실을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임종실 급여 수가가 마련된 것이다. 비급여 비용이 적용됐던 기존 임종실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이용하면 1일 입원료가 43만6000원, 요양병원에서 이용하면 10만6000원이 들었다. 수가 신설에 따라서 상급종합병원은 이용자 부담이 8만원, 요양병원은 3만6000원 수준까지 내려가게 된다.
이번 건정심에서는 내년도 의료현장에 지급될 요양급여비용(수가)이 의결됐다. 병원과 의원 유형을 제외한 5개 유형(치과, 한의, 약국, 조산원, 보건기관)의 수가 인상 폭(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이 의결됐다. 내년도 유형별 인상률은 치과 3.2%, 한의 3.6%, 약국 2.8%, 조산원 10.0%, 보건기관 2.7%다. 의원과 병원의 수가 인상 폭은 의원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병원을 대표하는 대한병원협회(병협)와 다른 위원들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결정되지 못하고 다음 건정심으로 안건이 넘어갔다.
정부는 매년 보건의료단체와 협상을 통해 수가 인상 폭을 결정하고, 이를 6월30일 건정심에서 의결한 뒤 연말까지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다. 지난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7개 보건의료단체가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해 협상을 진행했다. 이때 의협과 병협이 환산지수 차등화에서 다른 위원들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수가 인상 협상이 끝내 결렬됐었다. 정부는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서 원가 대비 보상이 낮다고 판단되는 의료행위에 한해서 수가를 더 올려주는 ‘환산지수 차등인상’을 추진 중인데, 의협과 병협 등 의사단체는 차등인상 대신 모든 의료 행위에 대해서 일괄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책수가 지급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한 공공정책수가 운영위원회(가칭) 신설이 결정됐다. 정부는 필수의료 행위의 수가를 높여서 의료진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분만, 응급, 소아 진료 등에 수가를 가산해 지급하는 정책수가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8개 의료행위에 정책수가를 지급하고 있다. 앞으로 공공정책수가의 산정원칙, 효과평가 등을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건정심 산하에 공공정책수가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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