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조합원 돼볼까"… 공매 열기 뜨겁네

한창호 기자(han.changho@mk.co.kr) 2024. 6.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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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 공매 강연 가보니
하루만에 전좌석 신청 마감
2030 수강생도 부쩍 늘어
토지거래허가지역 아파트
실거주의무 없이 매수가능
조합원 권리 승계도 이점
지난 2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4 제1회 온비드 공매콘서트'. 한창호 기자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 채(전용면적 115㎡)가 공매 시장에 나왔다. 체납된 상속세 압류 절차에 따라 공매로 넘어간 것. 지난 10일 감정가 27억7000만원에 시작된 첫 공매는 유찰됐다. 지난 20일 감정가의 90%(24억9300만원)로 낮춰 진행된 두 번째 공매에서 낙찰가 26억7109만원, 낙찰가율 107.1%에 낙찰됐다. 공매로 최근 시세(24억5000만~26억9500만원) 수준에서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아파트 조합원이 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투기과열지구 아파트는 조합설립인가 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지만 금융이나 공공기관에서 신청한 경·공매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은마아파트는 지난해 10월 강남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있지만 공매는 실거주 의무가 없어 바로 전세를 내줄 수 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경·공매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부동산에 투자할 기회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물건마다 권리관계와 상황이 다르기에 예기치 못한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어 '아는 사람들'만 들어오는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 26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매 강좌인 '2024 제1회 온비드 공매콘서트'에 가보니 4050 중·장년층이 가장 많았다. 2030 청년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캠코가 2016년부터 운영하던 '온비드 공매아카데미'를 작년 고객 중심으로 개편해 올해 1회차를 연 것이다.

청주에서 상경한 30대 A씨는 "원래도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는데, 공매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강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B씨는 "내 집 마련과 투자,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기 위해 공매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종철 캠코 온비드사업처 처장은 "작년에는 300명 수강생을 모으는 데 1주일 넘게 걸리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번에는 하루 만에 마감됐다"며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넘어 세 번째 큰 파도가 오는 게 아닐까 느껴질 정도"라고 밝혔다.

이날 강의에서는 온비드를 통한 공매 참여 방법, 각종 부동산 권리의 종류와 관계, 대항력 구비 요건 등 경·공매와 부동산 거래에 반드시 필요한 법적·실무적 내용이 다뤄졌다.

특히 직접 물건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공매로 낙찰받은 토지에 50여 개의 분묘가 발견됐던 사례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강연장 곳곳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경·공매는 누구나 경쟁입찰로 참여할 수 있다. 경매는 개인이나 법인 간 거래에서 빚을 갚지 못해 법원을 통해 자산을 매각하는 절차다. 반면 공매는 내야 하는 세금 체납, 국·공유 재산, 수탁재산 등 물건을 매각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 캠코에 매각을 위임해 진행된다.

특히 공매는 경매와 달리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경매가 법원을 통해 강제집행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명도 부담이 낮은 편인 반면, 공매는 별도 명도소송을 한 뒤에 강제 집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매에 관한 관심이 경매보다는 낮은 편이다.

'권리분석 실전'을 강의한 박철호 피엘에듀(옥썹) 대표는 "명도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은 반대로 경매보다 공매의 낙찰 경쟁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아 갈 수 있는 권리관계에 있는 물건이라면 명도가 쉬울 수 있으니 이런 것을 잘 살펴 공매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공매로 낙찰받은 물건은 대금 납입 전까지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경·공매를 통해 물건을 저렴하게 시세보다 낙찰받을 수 있지만 낙찰받은 권한을 근거로 대출받기는 어렵다"며 "현금 여력이 있는 분들이 주로 참여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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