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대법관 후보' 노경필 부장판사…"헌법·행정법 전문가"
광주고,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23기
"27년간 다양한 재판 담당한 정통 법관"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노경필(사진·59·사법연수원 23기) 수원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박영재(55·22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숙연(55·26기) 특허법원 고등법원 판사와 함께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됐다.
특히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5년간 헌법행정조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헌법과 행정법에 관련된 다수의 분쟁을 심도 있게 검토해 국민의 기본권과 행정절차의 참여권 및 조세정의를 도모하고 실현하는데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고등법원과 수원고등법원 재직시 행정재판부를 담당해 사실관계와 법리에 있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헌법·행정법 분야에서 법원의 대표적인 전문가로서 행정쟁송 및 행정행위에 관한 여러 연구논문을 집필했다. 법무부 행정소송법 개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론과 실무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일선 법관들에게 참고가 되는 법원실무제요 행정편 개정작업에 참여해 공동 집필함으로써 효율적인 행정소송 실무 정착에도 기여했다.
차별 처우 시정 판결…가동연한 상향 대법 전합 판례 정립
노 부장판사는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로 재직 시 자동차운전학원의 비정규직 강사가 정규직 강사와 비교해 주된 업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상여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것이 문제된 사건에서 “‘기간제 및 단기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사용자의 차별적 처우에 의한 불이익을 해소하고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면서 “자동차운전학원에서 정규직 운전강사에게 지급하는 상여금 등을 기간제 운전강사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노동현장에서 이뤄지는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고 법의 제정목적과 입법취지를 충실히 구현한 사례로 꼽힌다.
광주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시에는 개인사업자인 건설기계 운전기사의 가동연한을 언제까지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된 사건의 항소심을 맡아 기존 실무례에 따라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한 1심과 달리, 종사한 업무의 형태와 근로자 직종별 연령에 관한 각종 통계자료 등을 바탕으로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상향했다. 이는 평균수명 증가 등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안목과 냉철한 현실 인식을 보여준 사례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노 부장판사의 이같은 판단은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일반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하면서 판례로 정립됐다.
수원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시절엔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모씨의 부모가 김모씨와 중국인들에게 살해된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 부모 살인사건’의 항소심을 맡았다. 1심에서 강도음모 등의 혐의로 추가기소 됐을 당시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의사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절차 위반의 잘못을 지적하고,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뜻을 존중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으로 환송했다.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충실히 보장하는 한편, 피해자와 유가족에게는 법원의 잘못으로 다시 재판하게 된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함으로써 서로 대립되는 사건 관계인 사이에서 유연한 조정자의 역할을 한 사례다.
법치행정 원칙 강조…“소송관계인에게 신망받는 법관”
수원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있으면서는 국토교통부 예규인 ‘건설업 관리규정’에 근거한 영업정지처분이 헌법상 법치국가 원리에 위배돼 위법하다는 이유로 처분취소를 청구한 사건에서 헌법의 법치국가 원리에 따른 법률유보 원칙상 상위법 위임 없이 제정된 국토교통부 예규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근거 법령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에 근거한 영업정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행정청이 업무상 필요성만을 강조해 명확한 상위법의 위임 없이 자체적으로 행정규칙을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를 행하는 관행이 위법함을 지적함으로써 법치행정 원칙을 강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수원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에는 정신장애인이 경기도 화성시 공무원 임용 면접전형에서 차별 때문에 탈락했다며 화성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응시자에 대한 면접 과정에서 직무와 관련 없는 응사자의 장애와 관련해 질문하는 행위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면접시험을 통한 면접위원의 평가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것”이라고 판결함으로써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경각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노 부장판사는 법관으로서 보여준 법률가로서의 뛰어난 능력과 소양, 풍부한 경륜과 소탈한 성품, 진정성 있는 인간적인 면모로 당사자 및 소송관계인으로부터 신뢰가 두텁다”며 “특히 간결한 문체의 읽기 쉬운 판결문으로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 향상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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