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AI농업의 농사 습격

이진명 기자(lee.jinmyung@mk.co.kr) 2024. 6. 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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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와 국시의 차이는? 밀가루로 만들면 국수, 밀가리로 만들면 국시.

농업과 농사의 차이는? 개인이 하면 농사, 기업이 하면 농업.

노인이 하면 농사, 젊은이가 하면 농업.

소일거리로 하면 농사, 수익을 위해서 하면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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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소득보다 보조금 많은데
과연 농업이라 할 수 있나
고령 재래식 농사 집착 말고
AI농업 시대 대비 서둘러야

국수와 국시의 차이는? 밀가루로 만들면 국수, 밀가리로 만들면 국시. 가게에서 팔면 국수, 점방에서 팔면 국시, 아주머니가 팔면 국수, 아지매가 팔면 국시.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이 구조를 잠시 빌리겠다. 농업과 농사의 차이는? 개인이 하면 농사, 기업이 하면 농업. 노인이 하면 농사, 젊은이가 하면 농업. 소일거리로 하면 농사, 수익을 위해서 하면 농업. 호미·곡괭이·경운기로 하면 농사, 인공지능(AI) 로봇이 하면 농업.

말하고 보니 과연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농업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최근 한국은행이 '한국의 농업 생산성이 낮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농림축산식품부가 곧바로 반박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하지만 두 기관도 '농사'와 '농업'을 구분 짓지 않고 뭉뚱그려 해석했던 것으로 보인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고령농이 많아서 생산성이 낮게 나오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노인들이 짓는 '농사'를 농업에 포함시켰다는 것이고 '농사'의 생산성이 낮다는 것도 인정함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소득 통계를 보면 한 해에 5000만원 남짓을 벌었다. 그런데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은 1100만원, 농업 외 소득은 2000만원이었다. 농사지어서 번 돈이 전체 소득의 5분의 1이고, 그 두 배를 농사 아닌 일로 벌었다는 것인데, 그러고도 농가라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농업소득도, 농업 외 소득도 아닌 보조금이 1700만원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는 농업이 발전하려야 발전할 수가 없다. 생산성이 떨어져도 꼬박꼬박 보조금이 나오니 생산성을 높일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위정자들은 농가에 보조금 더 얹어줄 생각만 한다. 우리 농업을 위해서가 아니다. 선거 때 표가 되기 때문이다. 식량안보니, 농업 지원이니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속내는 농업 발전의 싹을 자르고, 노인들이 경운기로 짓는 농사만 부추겨 선거에 당선될 생각뿐이다. 진짜 우리 농업을 위한다면 생산성 떨어지는 농사는 구조조정해야 옳다. 그로 인해 어려워진 고령 농가에는 농업을 지킨다는 거짓 핑계 대지 말고 복지 차원에서 지원금을 주는 것이 맞다.

지금처럼 버티는 것도 얼마 못 가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AI가 농업에 도입되면서 농업 생산성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 농가에서도 기계화·자동화가 상당히 진행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일을 따더라도 충분히 자랐는지, 먹을 수 있을 만큼 익었는지, 벌레 먹은 건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늘 사람의 몫이었다. 그래서 농업은 타 산업에 비해 자동화가 더뎠고,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딥러닝으로 무장한 AI가 등장하면서 AI 농업이 현실화하고 있다. 첨단 센서로 무장한 AI 농업 로봇은 충분히 익고 상처 없는 과일을 사람보다 더 정확히 감별해낸다. 빈약한 돼지, 덜 자란 소를 골라서 필요한 영양소를 더 챙겨준다. 로봇이 돌아다니면서 잡초만 정확히 골라 뿌리를 태운다. 병충해를 입은 작물만 선별해 농약을 주입한다. 개별 작물마다 물이 필요하면 물을, 비료가 필요하면 비료를, 햇빛이 필요하면 햇빛을 준다.

이미 AI 농업에 마이크로소프트 IBM 보쉬 바이엘 바스프 등 세계적인 기업이 뛰어들었다. AG테크롤노지 트림블 가마야 그래눌라 이테리스 등 이름은 생소하지만 AI 농업에 두각을 보이는 전문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AI 농업 시장을 예측하는 세계적 리서치 회사에 따르면 AI 농업 시장이 내후년에 19조6400억원으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야흐로 진정한 AI 농업 시대다. 노인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아, 경운기 몰면서, 소일거리로 짓는 농사는 접을 때가 됐다.

[이진명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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