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 시달려"… 대종상, 파산 사태 극복할 수 있을까
"난관 극복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 시작하겠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측이 시상식의 지속적인 개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관계자들은 회생법원의 절차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알리면서 영총을 살리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에서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의 대종상영화제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측은 기자회견을 앞두고 "부정확하고 잘못된 사실들의 기사가 보도되며 2024년 대종상영화제의 개최 여부 등에 대한 문의가 많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고 기자분들의 문의에 답변을 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방순정 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은 "과거 20여 년 동안 영화인총연합회의 임원을 지냈고 전임집행부에서 고문을 지냈던 채권자는 2022년에 징계를 받기 전, 자진 탈퇴를 해서 현재 회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에 제출된 영총 파산신청서에는 채권자가 7명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파산에 동의하는 채권자는 단 한 명이다"라고 했다.
그는 "2011년에서 2021년까지 10여 년 이상 대종상이 파행 혹은 불공자심사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기간의 중심에 채권자가 있다. 채권자가 주도한 대종상 행사위탁계약으로 비롯돼 영총회장 중도 사퇴, 소개비 수수료 등 파행은 반복적인 패턴을 보이며 10여 년간 3차례 이상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
이장호 대종상영화제 위원장은 "대종상이 어느 순간 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제작진과 영화인협회의 연륜을 자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마치 장사, 거래하는 것처럼 대종상이 권위, 신뢰를 잃었다"면서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대종상이 3년 전부터 새롭게 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으나 난관을 마주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악마와 같이, 대종상을 어떻게 하면 사유화할 것인지 계산하는 추악한 형태로 나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며 "원로가 된 제 입장에서 너무 가슴 아프고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종상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는 기회 앞에서 생각지도 못한 악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지속적 개최 향한 의지
양윤호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은 현 상황을 설명하며 대종상의 지속적인 개최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3차례 대종상 행사위탁운영 계약이 체결됐는데 이는 모두 지금 파산 신청자인 채권자가 주도한 것이다. 행사위탁운영자가 영총에 발전기금을 내고 조직위원장이 되는 과정에서 소개비가 비용으로 발생하고 이에 따른 부담감은 어이없게 영총의 채무가 되는, 아주 이상한 구조였다"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지원금을 받는데도 빈곤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집행부는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양 이사장은 "'영총이 돈을 받는 이런 좋은 계약을 애써 내가 해줬는데(소개비 지급) 왜 이 계약을 깨려 하느냐?'고 채권자는 항변한다. 저희는 '돈을 받고 조직위원장을 위촉하는 거나 소개비를 받는 거나 모두 불법이다. 대종상으로 거래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이 다툼은 상식의 차이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한 영총이 파산 신청 이유를 알 수 없었으며, 그 사이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파산선고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양 이사장은 제1회 대종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신영균 회장, 이장호 감독을 비롯해 많은 영화계 원로들이 대종상의 생존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총은 회생법원의 절차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만에 하나 채권자가 회생계획안에 동의를 안 해서 회생이 중지되고 다시 파산 결정이 나면 그 판단은 고등법원의 항소심으로 돌아간다. 영총은 거기서 다시 법리를 다투어 영총을 살려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60회 대종상이 난관을 극복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을 시작할 것을 다짐하며 현 상황의 극복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전해진 파산 소식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은 1962년부터 시작됐다. 국내 3대 영화 시상식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7부(부장 양민호)는 지난해 12월 한국영화인총연합회에 대한 파산을 선고한다고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파산 신청자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전직 임원 A씨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채권자의 파산 신청을 대리한 로펌고우 고윤기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서울 회생법원은 사단법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자산보다 빚이 많은 등 지급불능 및 부채초과의 파산 원인이 존재한다고 보아 해당 판결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또한 "절차에 따라 법원이 파산관재인을 선임해 파산관재인의 주재하에 사단법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의 자산을 정리하고, 대종상 영화제의 개최권에 대해서도 매각 등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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