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시신 맞아요?”…3일 만에 딸 찾은 父의 오열

구동완 기자 2024. 6. 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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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녀였던 딸…딸 못 지켜준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
27일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뉴스1

“아버지가 돼서 이때까지 (딸을) 위험한 공장에 출근시켰네..”

27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화성 화성중앙종합병원. 화성 화재 참사 발생 3일이 지난 채 뒤늦게 딸의 시신을 확인한 아버지 채성범(73)씨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채씨는 “자식을 지켜주지 못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올 가을 딸과 결혼을 약속했던 예비 사위와 함께 이날 장례식장을 찾은 채씨는 다른 가족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걸을 힘조차 없다고 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 탄 그게 사람 시신이 맞느냐”며 “팔이 다 타서 없어졌다, 그 위험한 공장에 누가 출근하고 일하러 다니겠나. 아버지가 돼서 (딸을) 이때까지 출근시킨 거잖아”라며 울부짖었다.

안치실에 들어서기 전 채씨는 “(딸이) 목걸이와 반지를 차고 있어서 그것만 봐도 내 딸인지 안다”고 말했다. 그러자 공무원은 “시신 훼손이 심해 반지가 빠졌을 수도 있다”며 확인을 만류했다. 그러나 채씨는 “손반지가 왜 빠지느냐”며 같이 온 유족 2명과 시신 확인을 위해 안치실로 향했다.

하지만 채씨의 기대는 곧 절망이 됐다. 채씨가 안치실로 들어서자마자, 굳게 닫힌 안치실 문밖으로 통곡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안치실을 나온 채씨는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위험한 공장이면 회사가 알려줬어야지” 채씨의 말에 바닥에 앉아 있던 예비 사위는 두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채씨의 딸은 작년 4~5월쯤 부터 아리셀에서 임시직으로 근무했고, 지난 5월에 정직원으로 채용됐다고 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꼬박 12시간을 일해 월 3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받았다고 한다.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 나흘째인 27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다문화어울림공원에 마련된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이 조문을 마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채씨는 딸의 시신을 찾기 위해 지난 24일과 25일 이틀 내내 사고 현장을 찾았다. 그는 중국에 머물고 있는 아내와 아들로부터 딸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곧바로 한국에 왔다고 한다. DNA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25일, 본지와 만난 채씨는 “예비 사위와 함께 현장을 찾았으나 딸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채씨는 “우리 딸은 효녀, 완전 효녀”라며 딸을 회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사흘이 지나서야 딸의 시신을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희생된 23명의 신원이 파악되며 화성 관내의 장례식장은 전날 밤부터 가족의 시신을 확인하러 온 유족들로 가득 찼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27일 오전 기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DNA 대조 작업을 통해 사망자 1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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