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간 재산범죄 면제···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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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가족 간 절도·횡령 등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 규정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 처리 능력이 결여된 경우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가족과 친족 사회 내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며 "이득액이 50억 원이 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한 공갈이나 흉기를 든 특수절도 범죄 등까지 친족상도례를 통한 가족 내의 손해 회복과 용서가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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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가족 간 절도·횡령 등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 규정에 제동을 걸었다.
헌재는 27일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법 328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 불합치는 하위법 내용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실상 위헌 선언에 해당한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법원·검찰 등 국가기관은 이날부터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국회가 2025년 12월까지 법을 개정치 않으면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는 ‘가족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는다’는 친족상도례의 입법 취지 자체는 인정했다. 우리나라의 역사·문화적 특징 등을 고려할 때 가족 사이에서 이해될 수 있는 수준의 재산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 특례의 필요성은 수긍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조항이 ‘형사 피해자가 사건 재판 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는 헌법 제27조 제5항에 어긋난다고 봤다. 재판 절차상 진술권을 명백히 침해해 위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형법 328조 1항에 따라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할 경우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반적으로 희생시킬 수 있어 본래 제도적 취지에도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친족상도례는 8촌 내 혈족이나 4촌 내 인척, 배우자 간에 발생한 절도죄·사기죄 등 재산 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친족 사이에 법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막자는 의도로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마련됐으나 그동안 헌법에 따른 재산 보호와 행복추구권에 어긋난 게 아니냐는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박수홍과 박세리 등 유명 인사 등이 가족과 금전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관심을 끌었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재산 범죄에 준용된다”며 “이러한 재산 범죄의 불법성이 일반적으로 경미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나 친족 사이 관계 회복에 용이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 처리 능력이 결여된 경우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가족과 친족 사회 내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며 “이득액이 50억 원이 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한 공갈이나 흉기를 든 특수절도 범죄 등까지 친족상도례를 통한 가족 내의 손해 회복과 용서가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로마법 전통에 따라 친족상도례 규정을 두는 대륙법계 국가들의 입법례를 살펴도 일률적으로 광범위한 친족의 재산 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헌재는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을 제외한 친족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형법 328조 2항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국가형벌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 조항으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침해 여부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임종현 기자 s4ou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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