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지 말고 덜 후회하기를"… 한의학 연구자의 치매 간병기

박지은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질병·건강 연구자이자 치매 엄마 돌보는 딸"
'치매에 걸리고서야 사랑한다고 말했다' 출간
치매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움말 담아

'치매에 걸리고서야 사랑한다고 말했다' 저자 박지은 씨의 어머니가 딸이 만들어 준 꽃반지를 바라보고 있다. 박지은 씨 제공

"치매 환자와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들이 덜 헤매고 덜 후회하기를 바라며 이 책을 펴냅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재직 중인 박지은 책임연구원은 최근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남기고 싶은 위로의 말을 책 한 권에 담았다. 치매 환자 가족에게 '공감'을 전하고 싶었던 진심 그대로, 우리 사회가 치매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움말들을 페이지 곳곳에 가득 채웠다.

'치매에 걸리고서야 사랑한다고 말했다'의 저자 박지은 씨는 건강의 위험 요인을 연구하는 연구자이자 치매 엄마를 돌보는 딸이다. 2021년 어머니가 치매를 진단받은 뒤부터 콘텐츠 창작·출판 플랫폼 '브런치스토리'에 엄마와의 에피소드를 기록했고, 3년간의 일화를 엮어 최근 에세이 한 권을 출간했다.

그는 "엄마의 치매 증상과 간병인으로서 겪는 시행착오를 기록했다"며 "또 다른 치매 환자와 그 가족에게 치매의 유용한 정보와 위로까지 건네주고 싶다"고 발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간호학 학사와 보건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 2005년 한의학연에 입사했다.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연구자이지만, 그런 그에게도 치매는 이해하기엔 어려운 질병이었다.

박 책임연구원은 "엄마의 치매 간병을 시작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기 힘들었다"며 "치매 증상에 잘 대처하지 못해 엄마를 울리기도 했고, 엄마에게 짜증을 낸 후 불편한 마음으로 밤을 보내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젊은 사람의 역할이고,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치매 환자 가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도 치매를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치매 환자와 함께해야 할 가족들이 덜 헤매고 후회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에 많은 이야기와 정보를 담았다"고 말했다.

박지은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책에는 치매의 흔한 증상과 대처 방법 외에도, 주간보호센터와 요양시설 선택 기준, 시설 입소 전 챙길 것, 치매 환자의 인간관계 유지 노하우,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비약물요법 등 치매 가족들을 위한 정보가 수두룩하다.

그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마치 아이를 키우는 것 같다"며 "치매를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책을 보고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치매'라는 용어에 대해 아쉬운 마음도 전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예쁜 고혈압, 미운 당뇨라는 말은 없는데 왜 유독 치매에만 '예쁜 치매', '미운 치매'라는 말이 붙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병 자체로 고통받고 있는 치매 환자들에게 예쁜 치매라며 순응과 독립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퇴근길 어느 날, 치매 투병 중인 엄마에게 '지은아 사랑해'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나도 엄마도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엄마가 치매에 걸리고 나서야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엄마가 하고 싶은 말, 다 했으면 좋겠다"며 "항상 힘이 되어 주는 엄마와 제 가족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