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팬심을 경외심으로

2024. 6. 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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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동물원과 그 안에 있는 주키퍼는 야생동물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람객의 인식을 환경위기, 생물다양성, 멸종위기에 처한 종의 보전 등으로 이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대중에게 우리가 하는 일들과 야생동물의 일상을 보여드리는 것은 이러한 동물원의 기능과 역할, 가치를 투명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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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동물원과 그 안에 있는 주키퍼는 야생동물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람객의 인식을 환경위기, 생물다양성, 멸종위기에 처한 종의 보전 등으로 이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대중에게 우리가 하는 일들과 야생동물의 일상을 보여드리는 것은 이러한 동물원의 기능과 역할, 가치를 투명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에게 교육과 재미를 넘어서 신비함이 가득한 야생동물에 대한 보전과 공존이라는 여행에 체험적으로 동참시키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푸바오와 바오 가족의 이야기는 대중을 대상으로 야생동물에 대해 교육적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한 것이 명백하다. 지금까지 대중을 즐겁게 하면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목적을 이루었다면, 이제는 나아가 환경적이고 보전적인 정보의 전달과 올바른 행동 실천에 대해 공론화하는 것이 우리들의 또 다른 역할이고 다음의 과제임을 절실히 느낀다. 다시 말해 부가적인 재미와 관심으로 그치지 않고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연구하며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시설의 이런 중요한 가치와 역할은 어디든 마찬가지여야 한다. 다행히도 최소한 내가 알면서 함께하는 곳들만큼은 그러하다.

우리의 영원한 아기 판다 푸바오는 중국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당당하게 시작하였다. 얼마 전 푸바오를 사랑하는 두 명의 팬이 필자를 찾아왔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중국의 푸바오를 눈물로 걱정하며 물었다. "우리가 푸바오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라고. 그 걱정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라는 걸 알기에, 필자 또한 숨을 고르며 진심을 담아 답해주었다. "진짜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동물들을 찾아서 도움을 주세요." 그리고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과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하셔야 한다고. 그것이 푸바오를 사랑하고 통했던 우리가 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다행히 두 분의 팬은 해답을 얻으신 듯 울음을 멈추고 돌아갔다.

야생동물을 보살피는 일을 하며, 특히 바오 가족의 세계관 중심에 있으면서 때때로 변화하는 상황마다 나는 혹은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늘 생각한다. 필자 또한 푸바오를 가장 사랑하는 팬 중 한 명이기도 하지만, 푸바오를 사랑하고 푸바오를 위해 실천해야 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판다를 열광적으로 좋아함과 동시에 더 많은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정보도 분명히 함께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내가 좋아하는 한 판다의 넘치는 행복만을 바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야생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바오 가족에 대한 '팬-심'을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이어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올바른 다음 과제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한 판다만의 행복을 계속 고집한다면, 아쉽게도 아름다워야 할 우리의 행복한 이야기는 결코 해피엔딩이 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진심으로 바란다. 판다를 좋아하는 마음이 확장되고 발전하여 자연과 사회에 이로운 행동을 하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마음과 감정이 먼저 많아지기를. 올바른 행동 실천은 자연스럽게 그다음이 될 것이다.

[송영관 에버랜드 주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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