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탑 세워 4·19 알린 1세대 관광업 대부

'국민훈장 모란장' 받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혁명때 대학생수습위 의장
사업가 변신 후 기념사업 주도
전국 8곳에 4·19 기념비 건립
관광불모지 개척해 외화 벌고
미림재단 운영해 女인재 육성
"일생의 목표는 오로지 애국"

전국에 4·19혁명 기념탑을 세워 국민훈장을 받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롯데관광개발

초등학생 시절의 월남, 대학생 때의 4·19혁명 주도, 민간 사업가로 관광업에 투신. 파란만장했던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86)의 삶에 기억에 남을 장면 중 으뜸을 꼽으라면 그는 1960년 4·19혁명 당시를 꼽는다.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그는 전국대학생질서수습위원회 의장을 맡아 혁명이 끝난 후에도 사회질서 수습에 앞장섰다. 공직자로, 사업가로 몇 번의 변신을 거듭한 후에도 4·19혁명 60주년 기념사업회장 등을 맡아 전국 8곳에 기념탑을 세워 4·19혁명 정신을 알렸다.

27일 국가보훈부는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2024년 호국보훈의 달 정부 포상식을 열고 기념사업을 통해 4·19혁명과 그 정신을 알린 김 회장을 모범 국가보훈대상자로 선정하고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보훈부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10년 4·19혁명 50주년 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과 2020년 60주년 기념사업회장을 역임하면서 전국 8개 지역에 4·19혁명 기념탑을 설치했다. 또한 4·19혁명사를 발간해 전국 교육기관 도서관, 공공단체에 배포하는 등 4·19혁명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썼다.

김 회장은 1960년 4·19 당시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으로, 4·19혁명을 주도한 그룹의 일원이다. 이승만 대통령 하야 후에는 치안과 교통이 극도로 불안했을 때 전국 각 대학 학생위원장들과 전국대학생질서수습위원회를 만들었다. 김 회장은 의장을 맡아 대학별로 경찰서를 배정해 맡고 어깨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섰다. 시민들은 스물두 살의 젊은 대학생을 열렬히 응원했다고 한다. 당시 계엄사령관 송요찬 육군참모총장이 의장실(내무부장관실)로 찾아와 군인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학생들이 맡아줘 고맙고 대견하다며 자신의 관용 지프차로 김 회장의 아침 출근을 도와준 일은 특히 유명하다.

김 회장은 1963년 4월 19일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4·19혁명 3주년 기념식에서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9번째로 건국포장을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대학 졸업 후엔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1963년 장기영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의 비서관으로 호출받아 내무부·상공부에서 공직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여행사를 시작해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한국 관광을 이끈 1세대 원로 관광인이자 관광업의 대부이기도 하다.

1971년 아진관광을 설립해 민간 사업가로 변신했다. 1978년 롯데관광교통, 1991년 롯데관광개발로 상호를 바꿨다. 국내 1호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1979년), 제주 드림타워(2020년)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4·19혁명 50주년 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 60주년 기념사업회장을 연이어 역임하면서 4·19혁명 정신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나갔다. 지난해부터 4·19혁명 공법단체총연합회(민주혁명회, 희생자유족회, 공로자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04년 대한민국 관광산업 활성화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업계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이어 2011년 신정희 부회장이 이끄는 대한민국 최초의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최고 외화 획득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으면서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한 대한민국 최초의 부부라는 기록도 세웠다.

김 회장은 "조국 독립과 자유민주주의 존립을 위해 몸을 바친 어른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며 일생의 목표는 오로지 애국"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편 보훈부는 이날 김 회장을 비롯한 총 27명에게 정부 포상을 수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강정애 보훈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