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게임체인저(AI·양자·바이오)'에 3.4조 투자···과학계는 "원상회복 수준"

진동영 기자 2024. 6. 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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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예산 '확대'로 선회]
◆ 주요 R&D사업 24.8조 편성
첨단바이오 분야만 2.1조 배정
기초연구에도 '역대 최대' 2.9조
양자 1700억···1.3배 증액 그쳐
"연구자 복귀 등 구체안 필요" 지적
[서울경제]

정부가 27일 ‘2025년도 국가 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확정함에 따라 인공지능(AI)·반도체와 첨단 바이오, 양자 과학기술 등 이른바 3대 ‘게임체인저’ 분야에 대한 투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대 게임체인저 분야에만 총 3조 4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가 혁신을 이끌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대형 R&D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폐지와 출연연구기관의 공공기관 해제 등 시스템 개혁을 바탕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 투입이 맞물리면서 정부 R&D 사업의 혁신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과학기술계에서는 내년 R&D 예산이 대폭 늘어나더라도 지난해 규모로 ‘원상회복’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2% 늘린 24.8조 편성···"과학기술에 명운 달렸다"=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이날 제9회 심의회의를 열고 2025년도 국가 주요 R&D 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의결했다. 정부 R&D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검토한 24조 5000억 원에 정부 편성으로 3000억 원을 더할 계획이다. 이를 반영한 총 주요 R&D 예산 규모는 올해 대비 13.2% 증액된 24조 8000억 원이다. 지난해의 24조 7000억 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예산안을 8월 말까지 확정한 뒤 9월 중 국회로 넘길 예정이다.

정부는 첨단 미래 기술 분야에 R&D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24.2% 늘어난 3조 4000억 원을 편성했다. AI 반도체를 포함한 AI 생태계의 확대를 위해 1조 1000억 원을 쏟아 붓는다. AI R&D 예산은 지난해 8000억 원보다 35.5%가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다. 정부는 “소수의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생태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투자 의지를 강조했다.

반도체를 이어갈 초거대 미래산업으로 낙점한 첨단 바이오에는 이보다 더 많은 2조 1000억 원을 투입한다. 디지털 바이오 육성 기반과 바이오 제조 핵심 기술 확보에 투자를 강화한다. 양자 분야에는 1700억 원이 마련됐다.

R&D 체질 개선을 위한 혁신·도전형 R&D에도 1조 원을 배정했다. 고위험·고보상형 투자를 이끌어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초연구 분야에도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9400억 원을 편성해 미래 세대 성장 지원에 나선다. 개척형 기초연구 사업을 통해 다방면에서 최초 연구 지원을 하고 전략기술 최고 인재 육성에도 집중 투자한다. 세계적 석학 등과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글로벌 R&D 혁신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우주항공청 출범과 함께 우주 선진국 도약을 위한 의지도 예산으로 투영했다. 우주 분야 투자 규모는 올해 처음으로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우주청을 중심으로 우주탐사, 발사체 관련 핵심 기술 확보, 우주산업 클러스터 등 산업 기반 구축을 본격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과학기술에 우리나라의 미래와 명운이 달려 있다”며 “2030년 과학기술 주요 3대 강대국을 목표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거면 왜 줄였나" 과기계 불만은 여전=정부 R&D 예산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과기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역대 최대 규모라는 내년도 R&D 예산이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아갔을 뿐이라는 반박이 곧장 제기됐다. 천승현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R&D 예산이 매년 증가했어야 하는데 엉뚱하게 뒷걸음질쳤다가 다시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추격해야 할 분야가 많은데 지금 예산도 한참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연구 현장에서 대학원생과 포스트닥터(박사후연구원) 같은 가장 약한 고리들에서 예산 삭감의 영향을 크게 받고 혼란을 초래했는데 1년 만에 예산을 원상 복구할 거면 애초에 왜 줄였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1700억 원이 편성된 양자 R&D 분야의 경우 올해 대비 2배 이상 예산을 늘리겠다던 정부의 계획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예산안에서 양자 분야는 1.3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관련 사업의 예타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된 탓”이라며 “신규 사업의 예산을 추가로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 틀의 예산 계획보다 세부적인 편성 내용에서 과기계를 더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올해 예산 삭감으로 과제 수행의 연속성이 꺾여서 연구 현장을 떠난 젊은 연구자들이 많은데 이들을 다시 복귀시킬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인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라면서 “국제 협력 연구 추진도 좋지만 한국 내에서 자생적으로 자립해서 추진할 수 있도록 투자가 더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새로운 것들을 많이 넣었는데 이는 기존 분야들이 희생돼야 한다는 의미”라며 “지난해 소액 과제와 신규 과제들이 없어졌던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디테일에도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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