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마현 지사 '관례 깬 억지 요구'에 추도비 철거 주일대사 면담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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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마현 지사의 무리한 요구로 군마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이전 논의를 위한 주일 한국대사 면담이 끝내 무산됐다.
대사관 측은 추도비 이전을 논의하자며 대사관 간부와 야마모토 지사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군마현은 거절했다.
윤 대사의 지사 면담이 성사되면 추도비 이전을 논의할 수밖에 없는데, 철거를 집행한 사람이 야마모토 지사인 만큼 불편한 자리를 피하려 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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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대화 전부 공개, 외교 관례상 불가"
지사 "비공개 시 억측만" 해명에도 비판 봇물
일본 군마현 지사의 무리한 요구로 군마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이전 논의를 위한 주일 한국대사 면담이 끝내 무산됐다. 군마현 측이 면담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서다. 앞서 추도비 철거 강행에 이어 한국 대사관 측의 대화 제안마저 거부하면서 군마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군마현, 접점 찾기 대신 '대화 공개'만 요구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 지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로부터 공식 면담 요청이 있어 조정을 진행했지만 단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 대사관 직원은 지난 1월 군마현 다카사키시 현립공원 '군마의 숲' 조선인 추도비 철거 공사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쯤 군마현 담당 부장을 만났다. 대사관 측은 추도비 이전을 논의하자며 대사관 간부와 야마모토 지사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군마현은 거절했다. 이어 군마현은 계획대로 1월 29일부터 공사를 시작해 2월 2일 추도비 철거를 마쳤다.
그러나 윤 대사가 지난 3월 22일 야마모토 지사에게 '추도비 이전에 대해 논의하자'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면서 양측 일정 조율이 시작됐다. 양측은 면담 형식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갔지만 더는 조율이 어렵다고 판단한 뒤 지난 20일 '면담 무산'을 확정했다. 야마모토 지사는 지난 25일 윤 대사에게 면담 조율 중단 내용을 적은 서한을 보냈고, 이날 회견에서 이를 확인했다.
면담 무산은 언론 공개 범위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마현 측은 시작부터 끝까지 면담 과정 전부를 언론에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온라인 생중계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사관 측은 전부 공개는 외교 관례상 맞지 않고, 추도비 이전이라는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만큼 비공개 대화가 맞다고 맞섰다.
대사관 측이 군마현 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모두발언은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군마현 측은 이마저도 거부했다고 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외교적인 대화를 전부 공개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고 해도 (일본 측은) 전부 공개만 고집해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대화 노력' 명분만 챙기려 한 군마현 지사
야마모토 지사는 이날 회견에서 '비공개 대화 내용을 공동 기자회견 형식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전체 공개가 아니면 억측만 나온다"며 "모두발언만 공개하면 대사관 쪽에서 설명할 때 정확하게 전달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야마모토 지사가 '대화하려는 노력은 했다'는 명분만 남긴 채 추도비 이전을 막으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도비 철거를 반대한 시민단체들은 역사를 기억하고 한일 우호를 유지하기 위해 추도비를 다른 곳에 설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사의 지사 면담이 성사되면 추도비 이전을 논의할 수밖에 없는데, 철거를 집행한 사람이 야마모토 지사인 만큼 불편한 자리를 피하려 했을 수 있다. 야마모토 지사는 '면담 불발이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질문에 "외교 문제가 되지 않았고 어떻게 만날지 합의했다면 만났을 것"이라며 "한일관계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마현 조선인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2004년 설치했다. 그러나 군마현이 2012년 추도제 당시 "참가자들이 정치 행사를 안 한다는 조건을 어겼다"는 우익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지난 1월 철거를 강행해 문제가 됐다.
1958년생인 야마모토 지사는 자민당 소속으로 참의원에 4번 당선됐고, 내각부 특명 담당 대신을 거쳐 2019년 군마현 지사에 처음 당선됐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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